우리나라 경제가 작년 4분기(10~12월) 이후 4개 분기 연속으로 0%대 성장률에 머물렀다. 한국은행은 지난 3분기에 수출 감소와 제조업 부진 등으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에 비해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24일 밝혔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보면, 그동안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이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중 수출은 2분기에 비해 2.6% 줄어, 2008년 4분기(-4.3%)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LCD와 자동차·화학제품 등 주력 수출품의 부진이 주된 요인이다. 엔저(円低)의 영향에다 중국 경기의 둔화 등으로 충격을 받았다. 수출 코리아의 대표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은 47조원으로 2분기보다 10.2% 감소했고,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8%나 줄었다. 기아차의 영업이익도 18.6%나 급감했다.

수출 부진은 제조업의 발목을 잡았다. 제조업의 성장률은 -0.9%를 기록, 2009년 1분기(-2.4%)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에 빠졌다.

설비 투자는 항공기 등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0.8%나 줄었다. 그나마 서비스업은 정부의 내수 부양정책 등이 자극이 돼 미약하나마 회복세를 보였다. 도소매, 음식·숙박, 금융·보험 등을 중심으로 1.4% 성장했다.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주요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7명을 초청, "금리 인하가 기업 투자로 연결됐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바람"이라며 투자를 호소했다. 이 총재가 대기업 CEO들을 만난 것은 지난 4월 취임 후 처음이다. 이날 조찬 간담회에는 김신 삼성물산 사장, 박광식 현대자동차 부사장, 방한홍 한화케미칼 사장, 이상운 효성 부회장, 이영훈 포스코 부사장, 이웅범 LG이노텍 사장,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 등 7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