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發) 경기 부진 우려에 미국을 제외한 세계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세계 고배당주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들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글로벌배당주펀드 20개 중 연 초 이후 플러스 수익을 내는 펀드는 13개 펀드로, 이들은 평균 2.91%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외주식형 펀드가 같은 기간 동안 -1.4% 성과를 낸 것과 비교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작년 5월에 설정돼 설정액 규모가 1800억원으로 가장 큰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자(주식-재간접)종류A’는 연 초 이후 2.76%로 시중 금리(1.5~2%)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같은 시기에 설정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글로벌배당과인컴자 1(채혼)종류A’(설정액 103억원)도 올 들어 3.53%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설정액 50억원 미만의 펀드 중에서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의 ‘이스트스프링아시아퍼시픽고배당자(H)[주식-재간접]클래스A’(46억원)가 연 초 이후 5.35% 수익률로 전체 글로벌고배당주펀드 중에서 가장 성과가 좋은 상태다. 이 펀드는 아시아지역 중에서도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및 배당수익률이 높은 지역과 기업을 골라내 투자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신한BNPP미국배당&시니어론ETF 1(H)[주혼-재간접](종류 A1)’(16억원)와 ‘베어링퇴직연금유로메리카배당40자(채혼)ClassC1’(8억원)도 올들어 4%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 밖에 도이치자산운용의 ‘도이치글로벌배당주 (주식-재간접)Class A’(11억원)도 2.6%로 시중 금리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 펀드들은 대부분 최근 글로벌 증시 부진의 원인이 된 유럽 경기 영향을 적게 받도록, 전세계 다양한 업종에 분산투자된 상품들이다. 실제로 유럽발 경기 부진 우려가 커지자 유럽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한 글로벌 고배당펀드들은 예외없이 모두 고꾸라졌다. 유럽주식형펀드인 ‘신한BNPP봉쥬르유럽배당 1[주식](종류C 1)’는 연 초 이후 5.45% 손실을 내고 있으며, ‘우리유럽배당 1[주식]ClassA1’, ‘맥쿼리유로배당자(주식-재간접)종류A´도 마이너스 1~3% 손실을 기록해며 올해도 자금이 꾸준히 빠지고 있는 것이 그 예다.

유럽지역과는 상관없이 아시아지역 투자 비중을 높인 글로벌고배당주 펀드들은 최근 들어 반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아시아 고배당주에 집중 투자하는 ‘이스트스프링아시아퍼시픽고배당자(H)[주식-재간접]클래스A’, ‘NH-CA아시아고배당 [주식]Class A 1’이 지난주부터 플러스 수익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증권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계 증시 불안 요소로 떠오른 유럽의 경기 상황에 대해서는 낙관 할 수 만은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승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유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7로 증권시장 예상치(49.9)와 지난 9월(50.3) 수치를 소폭 상회했지만, 이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 단행, 유로화 약세 등에 의한 시차 효과가 반영된 것”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의 경기 부양정책 시행의 원인이 된 유로존 내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여전하고, 유로존의 대내외 수요 부진 등 불안요소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