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포드자동차는 최근 운전자의 심혈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감지할 수 있는 운전석을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 내부의 카메라와 핸들에 부착된 센서로 운전자의 신체 상태를 파악하고 만약 심장마비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안전하게 차를 멈추는 기능을 추가하려는 것이다. 전 세계 65세 이상 인구의 30% 정도는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에서 착안했다.

실버 경제(silver economy)가 수익성 악화로 신음하던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돌파구로 급부상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60세 이상이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늘면서 앞으로 소비 시장을 주도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는 2020년에 실버 경제 규모가 15조달러(약 1경580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두고 있는 베이비붐(1955~1963년생) 세대가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넋 놓고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발 빠르게 투자에 접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머니섹션 M플러스가 고령화 시대에 투자할 만한 주식과 금융상품에 대한 전문가들의 혜안을 들어봤다.

◇헬스케어 지출 늘어날 것… 로봇도 유망

지난 10년간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에서도 65세 이상 인구의 의료 관련 지출은 꾸준히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소비 여력이 충분한 전 세계의 고령 인구가 건강하게 늙기 위해 의료 관련 지출을 계속 늘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국내 의료기기·제약·바이오 관련 업체 중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의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8% 정도인데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은 아직 10%에 못 미친다"면서 "신흥국이 앞으로 의료 관련 지출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헬스케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의료기기 관련 업체 중에서 해외 매출 비중이 60% 이상인 아이센스·바텍·뷰웍스에 주목할 만하다"면서 "제약업체 중에서는 녹십자·서흥, 바이오 관련 기업인 씨젠·마이크로젠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당뇨병 신경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바이로메드, 보톡스 제조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이 우수한 메디톡스가 고령화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형종 대신증권 패밀리오피스부 팀장은 국내 헬스케어 관련주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를 추천했다. 미래에셋 한국헬스케어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30%를 넘었다. 헬스케어 서비스 성장과 더불어 로봇 산업을 눈여겨보라는 조언도 나왔다. 지금까지 로봇 산업은 산업용 로봇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앞으로는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일상에서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명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것이란 예상에서다.

◇성인용 기저귀·여행 패키지 등 실버 산업 주목

'에이징 부머'(aging boomer)라고 불리는 요즘의 고령 인구는 이전 세대와 달리 본인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새로운 소비 패턴을 만들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홍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팀장은 "소비 여력이 충분한 고령 인구가 은퇴하면 젊은 층과는 달리 같은 종류의 상품이어도 건강에 좋고 품질이 뛰어난 상품을 선호할 것"이라며 "고령층을 위한 프리미엄 제품을 만드는 음식, 의류, 운동 보조기구 관련 기업의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온창 신한금융투자 투자자문부 부장은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여행 업종을 추천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를 하면 그동안 직장 생활 때문에 하지 못했던 여행을 많이 갈 것"이라면서 "자유 여행을 선호하는 젊은 층과 달리 고령층은 주로 패키지 여행을 구매하기 때문에 관련 상품이 많은 기업에 주목해볼 만하다"고 전했다.

성인용 기저귀 등 고령 인구에 특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유망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현태 KDB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시니어 용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면서 "유한양행의 자회사 유한킴벌리는 성인용 기저귀를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움말: 기온창 신한금융투자 투자자문부 부장, 김재홍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팀장, 김현태 KDB대우증권 연구위원, 서형종 대신증권 패밀리오피스부 팀장, 이관순 미래에셋증권 팀장, 이남룡 삼성증권 연구위원,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