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2일 서울대병원이 위탁 운영하는 UAE 왕립병원이 공식 개원할 예정이다.

해마다 병원들의 해외진출이 늘고는 있지만 국내 의료기술이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있다는 의료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등 경제신흥국들이 의료 공급을 확대하면서 해외에 진출한 국내 병원들이 자칫 돈 벌러갔다가 알맹이만 빼앗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이 중동, 중국과 잇따라 의료 수출 계약을 체결하고 최근 개원 준비에 들어갔다.

서울대병원은 아랍에미리트(UAE) 왕립 쉐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의 위탁운영을 맡아 5년간 1조원의 운영예산을 지원 받는다. UAE 대통령이 국가 통합을 위해 설립하며 248병상 규모의 비영리 공공병원으로 운영된다. 1차 의료진이 파견된 상태로 12월 2일 UAE 건국기념일에 맞춰 개원을 준비 중이다.

서울성모병원도 VPS 헬스케어 그룹과 UAE수도 아부다비에 검진센터에 이어 암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병원은 매출액 대비 10%를 운영 수수료로 배분받기로 했다. 한국 직원은 전체 직원 74명의 약 3분의 1인 25명으로 확정했으며, 운영 수수료와 5년간 300억원의 인건비를 지원받는다. 연세대의료원은 이달 중국 신화진그룹과 ‘칭다오 건강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000병상 규모 종합병원 건축 계약을 체결했다. 연세의료원은 의료기술과 IT 노하우, 건축설계 자문을 제공한다.

해외 진출하는 병원들은 현지에서 자본 투자를 받고 의료진이 날아가 현지 의료진에 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은 인건비와 자문료, 운영비를 수익으로 받게 된다. 하지만 언제든 현지에 병원 건물과 장비, 시설을 그대로 놔둔채 한국 의료진만 철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지 정부가 갑자기 외국의사 면허에 제한을 걸면 더 큰 문제가 된다.

실제 2000년대 중반 SK아이캉병원, 예치과 등이 중국에 진출했으나, 중국 공산당의 철수 요구로 모두 실패하고 돌아왔다. 최근 중국이 외국의사 면허 검열을 강화하자 해외 진출을 준비하다 포기한 병원도 나왔다. 서울의 한 병원장은 "자국 내 의사가 충분하다고 판단하면 외국인 의사면허를 허용하지 않을 수 있다"며 "중국처럼 인구가 많은 나라는 금새 따라올 수 있어 의료수출의 기회는 4~5년 이내에서 멈출 것"으로 우려했다.

윤영설 연세대의료원 국제처장은 "힐튼 호텔의 경우 브랜드만 빌려주면서 전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현지로 가져간다"며 "객실 예약서비스의 노하우를 알려주지 않아 로열티(사용료)를 낼 수밖에 없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도 따라할 수 없는 한국만의 '의료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 전문투자회사 관계자는 "병원은 인력 외에도 건축, 의료기기, 소모품, 제약 등 모든 연관산업의 패키지 수출이 가능하다"며 "의료수출은 단순히 인력 수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국가산업을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