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

“조직이 계속 발전하려면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어떻게 승계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경영자는 임기가 있기 때문에 후임자까지 잘 자리잡도록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KB금융(105560)은 경영자가 바뀔 때 마다 정책이 달라졌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략을 짜는 게 중요하다.”

금융계 원로들과 KB금융 내·외부 전문가들은 윤종규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조직의 안정을 되찾고 장기적인 그룹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는 23일 윤 회장 내정자에 대한 금융 전문가들의 바람을 취재하기 위해 8명을 전화 인터뷰했다. 이들의 조언은 ▲조직화합 ▲공정한 인사 ▲장기 비전 등 3가지로 요약된다.

초대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던 윤병철 한국FP협회장은 “지금 금융이 처한 환경이 어려운데 이를 극복하려면 모든 사람이 자기 역량의 110%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을 하나로 묶어야 그 힘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경영자는 자기 임기 뿐만 아니라 후임자까지도 책임질 수 있는 장기적인 비전(vision)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금융그룹의 전직 임원들은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人事)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 전직 임원은 “과거 경영진들은 내편, 네 편을 갈라서 자기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모두 다 내쫓았다”며 “임원들이 1~2년 만에 모두 옷을 벗고 부행장이 3년 임기를 모두 채운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이니 제대로 된 CEO 승계가 이뤄질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임원도 “KB금융은 본부장과 부행장을 너무 빨리 자르다 보니 평균 근무 기간이 4~5년에 불과해 구조적으로 유능한 경영자가 탄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외부의 전문가들은 조직의 안정과 함께 KB금융 그룹의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경서 고려대 교수는 “KB금융은 내부 분열과 갈등 때문에 경쟁력을 키우는 데 곤란을 겪었기 때문에 조직화합이 첫번째 과제”라며 “또 장기적인 방향에서 전략적인 관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금융의 국제화를 성공시킨 사례는 많지 않다”면서도 “어려운 과제지만 중국이나 아시아 쪽으로 국제화를 시도해 보고 비(非)은행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업을 둘러싼 환경이 최근 급변하고 있어 (윤 내정자가) 새로운 방향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단기적인 수익성만 추구하지 말고 전체 경제와 산업을 생각하면서 경영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은 “금융이 있어야 산업이 있는 게 아니라 산업이 있어야 금융이 있는 것”이라며 “이자만 받아 먹으면서 금융만 키우려 하지 말고 기업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윗 사람이 아래 사람을 잘 포용해서 금융이 더 이상 지탄받지 않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