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과 24일 발표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3분기 실적이 나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현대차 주가가 22일 장중 4년 만에 15만원대를 기록하는 등 연일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강세와 내수 판매 부진, 자회사 실적 부진 등 3대 악재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4분기에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22일 현대차와 기아차의 주가는 각각 3.29%와 2.22% 하락한 채 마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3분기 실적 추정치.


환율 흐름, 현대·기아차에 실적 악화 직격탄

22일 증권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8개 증권사가 추정한 현대차의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7% 감소한 20조6713억원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7546억원과 1조9350억원으로, 전년보다 영업이익은 12.7%, 당기순이익은 14.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기아차의 3분기 매출액도 2.2% 감소한 11조3786억원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8%와 10.5% 줄어든 6348억원과 8084억원으로 추정됐다.

실적 악화 원인으로는 먼저 환율이 꼽혔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가격 경쟁력 약화와 판매보증 충당금 증가 등이 뒤따랐다는 것. 올해 3분기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평균은 1026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7.5% 올랐다. 이런 가운데 엔화는 약세를 보여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일본차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북미 시장의 경우 현대·기아차가 지난 9월 각각 4%와 2% 정도 판매량이 늘어나는 동안 혼다와 닛산의 판매량은 각각 12%와 19% 증가했다.

판매보증 충당금도 증가한 것으로 예상됐다. 판매보증 충당금이란 차를 판 뒤 예상되는 보증 수리 비용을 미리 회계장부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해외에서 판매한 차는 현지 화폐로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데, 이를 원화로 환산해 장부에 반영하면 비용이 커지는 효과가 있다.

KB투자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액 대비 판매보증 충당금 비율이 전년보다 각각 1.1%포인트, 0.7%포인트 증가한 1.9% 2.9%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완성차 회사의 분기 수익성에는 최악의 환율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현지 전략형 소형차 '쏠라리스'를 조립하고 있다.

러시아와 브라질로 대표되는 신흥국 시장의 상황도 환율 탓에 악화됐다. 현대차는 국내에서 상용차의 반조립제품(CKD)을 일부 러시아로 수출해 조립하기 때문에 환율로 인한 타격이 다른 국가보다 크다. 브라질 역시 현대차 전체 생산 비중의 약 15~20%가 국내에서 수입한 부품으로 조립된다. 러시아시장에서 현대차는 전년 9월보다 10% 감소한 1만5398대를, 기아차는 19% 감소한 1만4000대를 판매했다. 브라질시장의 경우 판매량은 양호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헤알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떨어지면서 현대·기아차 수익성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두 지역의 경제 상황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서방 제재와 물가상승, 루블화 가치 하락으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고, 브라질의 경우에도 저성장과 투자 위축 등으로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움츠러들었다. 이 결과 브라질시장의 경우 7월(-13.6%)과 8월(-17.1%), 9월(-3.8%) 모두 차량 판매량이 줄었다.

안방시장 공략 실패, 자회사 실적 우려까지

안방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한 점도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차의 경우 국내시장에서 3분기(7~9월) 15만7586대를 팔아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늘어나는데 그쳤다. 전체 자동차시장(수입차 포함)의 성장률(4.5%)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대부분 차종이 낡은데다 기대를 모았던 신차인 ‘LF쏘나타’까지 부진한 탓이 크다. 지난 3월 출시된 LF쏘나타는 7월에는 1만35대가 팔렸지만, 8월과 9월에는 7000~8000대 팔리는데 그쳤다. 4월에 1만5000여대가 팔린 것을 감안하면 판매량이 반 토막 난 셈이다.

기아차 역시 마찬가지. 같은 기간 국내시장에서 11만8927대를 팔아 판매량이 3.7% 늘어나는데 그쳤다. 신형 ‘쏘렌토’와 ‘카니발’이 출시되면서 최근 판매량은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기존 주력 차종이었던 K 시리즈(K3, K5, K7, K9)가 부진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의 중형세단 LF쏘나타.

이 밖에 자회사 실적 부진 역시 3분기 현대차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의 경우 철도 제작 업체인 현대로템과 금융 자회사인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등이 연결실적으로 잡히는데, 현대로템의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보다 2.7%, 52.6% 감소한 8188억원, 2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지난 21일과 22일 이틀간 현대로템 주가는 10% 가까이 떨어졌다.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역시 국내시장 경쟁 심화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부문의 경우 과거 현대차 전체 매출액 비중에서 12~14% 정도를 차지했고, 영업이익률도 12%대를 기록했는데, 최근 들어 영업이익률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라며 “3분기에는 영업이익률이 9%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4분기 전망은 그나마 나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4분기 실적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소폭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가 북미와 유럽, 신흥국시장에서 골고루 신차를 출시하고, 환율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고태봉 연구원은 “현대차의 경우 4분기에 북미시장에서 LF쏘나타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고, 유럽과 인도에서 소형차 ‘i20’를 판매할 전망이라 실적이 회복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아차 역시 신형 카니발과 쏘렌토의 신차 효과가 나타나면서 실적이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7월 초부터 이달 21일까지 현대차(왼쪽)와 기아차의 주가 흐름.

서성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ix25(현대차 SUV)’, ‘K4(기아차 세단)’의 출시로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며, 미국시장도 신차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유럽시장 역시 쏘울과 신형 i20의 출시로 회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평균 1061원이었고, 현재 환율은 1050원 정도를 웃돌고 있다”며 “이 수준이 유지된다면 현대·기아차 실적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 연구원은 “실적이 회복된다고 해도 지난해 수준보다 조금 좋은 수준에 그치거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