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홈쇼핑이 검찰로부터 납품비리, 비자금 의혹 등을 받고 있다.

GS홈쇼핑(지에스홈쇼핑) 전·현직 임원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개인 비리가 아니라 회사 차원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초점이 맞춰진 가운데 갑작스레 청산된 GS홈쇼핑 계열사들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기업은 비자금을 조성할 때 통상 소규모 자회사를 설립했다가 청산하는 수법을 사용하곤 한다. 소규모 자회사를 오너 명의 또는100% 계열사로 설립한 뒤 일감을 몰아줘 회사 덩치를 키운다. 그 뒤 배당금 명목으로 수백억원씩 빼내거나 자본금을 빼돌려 부실계열사로 만든다. 부채비율이 높아지면 이자비용 증가 등 핑계를 대고 회사를 청산한다. 여기서 나온 손실은 손상차손 형태로 대주주인 상장사에 전가시킨다. 청산법인에 대해선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가 쉽지 않다. 회계장부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설립 초기 투입한 자본금은 증발한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기업들은 비자금 조성 목적으로 세운 법인을 설립 5년 이내에 청산한다. 국세청이 5년마다 정기세무조사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통상 설립한 지 2~3년 내에 청산하므로 국세청이 조사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자본금 출자→계열사 설립→2~3년내 부실화→청산 수순

대표 사례가 지난해 청산된 GS홈쇼핑 계열사 GS샵티앤엠이다. GS샵티앤엠은 2년새 대표이사를 4명이나 바꿨다. 2011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임원호 영업본부장, 고종희 영업기획 담당, 유경수 GS홈쇼핑 경영지원 상무, 이주봉 GS홈쇼핑 투자관리팀장이 차례대로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중 2명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들은 집행임원부터 감사까지 돌아가면서 맡은터라 감시, 감독 등 내부통제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2011년 6월29일 상품종합도매업체로 설립돼 2011년 8월1일 계열사로 편입됐다. 자본금은 40억원, 유동자산은 약 37억원이었다. 설립 첫 해 반년만에 이 회사는 매출 10억원을 냈다. 부채비율도 18.13%로 양호했다. 매출 전액이 GS홈쇼핑과 거래에서 나왔다. 화장품 납품 대가로 5억5100만원, 지갑과 믹싱볼 등 납품 대금 4억4000만원가량을 받았다.

이듬해 매출은 8배인 84억원으로 늘어났다. GS홈쇼핑은 GS샵티앤엠과 수의계약해 50억원 가량을 밀어줬다. 반면 유동자산은 12억원으로 줄었다. 부채비율도 52.63%로 높아지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그러더니 10개월만에 이 회사는 청산된다. GS홈쇼핑이 투자한 40억원의 장부가액도 7억8000만원으로 줄어들더니 청산과 함께 ‘0원’이 됐다. 청산과 함께 GS홈쇼핑은 이 회사 손실 1억4047만원을 떠안았다. GS홈쇼핑은 지난 2012년에도 GS샵티앤엠 투자금 중 32억2100만원을 손상처리했다.

GS홈쇼핑은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00% 출자한 계열사를 거느리지 않았다. 지역 케이블방송사(SO) 지분을 10%가량 보유하는 데 그쳤다. 그러다보니 지배구조가 단순했다.

하지만 2004년부터 엘티에스 등 계열사 지분 100%를 보유하기 시작했다. GS홈쇼핑은 2004년 8월 5000만원을 들여 엘티에스 지분 100%를 장외매수한 지 한달 뒤 3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이 회사는 6개월후 GS텔레서비스로 이름을 바꿨다.

◆GS샵티앤엠 대표가 맡은 계열사 4곳 중 3곳이 청산·흡수합병

GS홈쇼핑은 2005년 해외법인인 중경GS구물유한공사를 51억원을 들여 설립하고 2006년 초 19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5년 뒤 이 회사의 장부가액은 2억원으로 줄어든 뒤 이듬해 청산됐다. GS홈쇼핑은 중경GS구물 15억원을 손상처리했다. 회사 측은 중국에서 홈쇼핑 사업을 할 수 없게 됨에따라 청산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의 이사는 GS샵티앤엠의 초기 대표 임원호 전 전무였다. 임 전무는 당시 디앤샵, GS텔레서비스의 이사도 맡고 있었다. 임 전무가 이사를 맡은 4개 회사(GS샵티앤엠·중경GS구물유한공사·디앤샵·GS텔레서비스) 중 3곳이 없어졌다. GS텔레서비스만 남아있다. 임 전 전무는 퇴사한 상태다.

GS홈쇼핑은 2008년 이재웅 다음 창업주 등으로부터 디앤샵 지분 29%를 약 396억원을 주고 매입했다. 2년 뒤 이 회사 역시 장부가액이 99억원으로 쪼그라들더니 2011년 12월 지배회사로 흡수합병(비율 1대 0.018)됐다. 회사 측은 고객층을 확대하기 위해 합병했다고 설명했다.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설립된 계열사들은 대부분 손실을 냈다. 2011년 설립한 에이플러스비(자본금 30억원), 지난해 설립한 텐바이텐(자본금 160억원)은 2013년 회계연도에 각각 13억원·4억원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 6월말 기준 경영참여 목적의 19개 출자 회사 중 작년 기준 순익을 낸 곳은 차이나홈쇼핑그룹(2012년5월 464억원 출자, 20% 지분확보) 단 한 곳 뿐이다.

검찰은 수십억원씩 매출을 내는 회사를 갑자기 청산한 이유에 대해 수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GS홈쇼핑이 청산한 계열사들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자세한 것은 더 조사해 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누적 손실 탓에 계열사를 청산했다고 설명했다. GS홈쇼핑 관계자는 “검찰 설명과 달리 우량 회사를 청산한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 직수입한 고가의 기계류와 생활용품이 팔리지 않아 재고로 쌓아두다보니 감가상각하거나 떨이로 처분했다. 그러다보니 손실이 커져 회사를 청산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