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개막을 앞두고 한·중·일 3국(三國)이 기술 주도권을 잡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0년 상용화 예정인 5G는 현재 우리가 쓰는 4세대(4G) 이동통신인 '광대역 LTE-A'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100배가량 빠른 첨단 기술이다.

21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ITU(국제전기통신연합) 전권(全權)회의 이틀째 행사에서 한·중·일 대표들은 각각 "우리가 5G 시대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아직 초기 상태인 5G 관련 기술 표준을 자국(自國)에 유리하게 만들어 글로벌 정보통신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의도다.

한국이 한 발짝 앞선 5G 경쟁

현재 4G 통신망은 영화 한 편(750메가바이트 크기)을 내려받는 데 약 80초가 걸린다. 이것이 5G 시대에는 1초 이내로 줄어든다. 짧은 시간에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보내고 받는 홀로그램 영상 통화, 증강 현실(AR) 등의 첨단 기술을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꿈의 통신망'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21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ITU전권회의 연계 행사로 열린 ‘5G 글로벌 서밋’에서 중국 화웨이의 퉁원 부사장이 ‘5세대 이동통신이 연결하는 세계’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3국 중 현재 5G 기술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되는 나라는 한국이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3세대(3G)와 4세대 이동통신을 상용화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5G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민관협의체인 '5G 포럼'도 만들어졌다. 21일 부산에서 열린 '5G 글로벌 서밋(Global Summit) 2014'의 연사로 나선 미래창조과학부 오상진 과장은 "한국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기술을 시연하고 2020년엔 상용 서비스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은 지난 20일 5G 기술 공동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SK텔레콤은 이날 4G 이동통신보다 16배 빠른 초당 3.7기가비트 속도의 무선 데이터 전송 기술을 시연(試演)했다. 스마트폰 100대에서 동시 전송된 고(高)화질 동영상이 끊김 없이 재생될 정도였다. SK텔레콤은 2018년까지 속도를 초당 50기가~100기가비트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중·일의 거센 추격전

중국과 일본의 추격도 만만치 않다. 중국과 일본은 최근 국가 차원에서 5G 연구를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 둥샤오루(董曉魯) 부처장은 "5G 기술 개발을 '국가 주요 과제(national project)'로 지정하고, 통신사·장비회사·대학·연구기관 52개를 묶어 연구 개발을 촉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화웨이, ZTE 등 자국 통신 장비 기업들과 글로벌 기업의 기술 협력을 지원해 2020년대 초 5G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화웨이 관계자는 "우리는 실험실 환경에서 초당 115기가비트를 전송하는 데까지 성공했다"며 "이번엔 한국 기업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자국의 5G 기술을 전 세계에 보여주겠다는 목표로 뛰고 있다. 일본은 국민 99.9%가 휴대전화를 쓰고, 지난 1년간 데이터 사용량은 59% 증가할 정도로 이동통신 환경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일본 총무성의 후세다 히데오 과장은 "내년부터 5G 연구 개발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것이며, 5G에 쓸 7개 대역 주파수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5G 전쟁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기술 표준'을 선점하는 일이다. 5G 주파수 대역이나 데이터 전송 기술 등에서 자국에 맞는 표준이 정해지면 유리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향후 ITU 등에서 정해질 기술 표준을 주도하려면 경쟁국들보다 빨리 5G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