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질문, 앵무새 대답, 호통치는 의원, 증인의 긴 기다림. 정무위 국감에서 매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국정감사는 국정에 대한 감시·비판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자리다. 하지만 매해 국감을 볼 때마다 아쉽기 그지 없다.

우선 나오는 질의가 안타깝다. 의원들은 주어진 7분이 소중한 만큼 질의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적어도 증인한테 준비한 해당 사항을 물어도 될만한 것인지는 미리 확인해야 한다. 엉뚱한 질문을 주고받을만큼 의원들도, 각 회사 대표들도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이갑수 이마트 영업총괄 대표에게 대형 아웃렛 출점으로 지역 패션단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 의원은 “그래서 앞으로도 아웃렛 출점을 하겠다는 겁니까. 할꺼에요?”라고 되물었다. 이원준 롯데쇼핑 대표에게 물어보면서 함께 물어본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이 대표는 아웃렛 사업 계획을 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신세계그룹 아웃렛사업은 신세계사이먼이 맡고 있다. 사이먼프로퍼티그룹과 신세계가 지분을 절반씩 소유한 합작법인이다. ㈜신세계(백화점)와 신세계인터내셔널이 각각 25%씩 지분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이갑수 이마트 대표 입장에서는 아웃렛은 이마트에서 하는 사업이 아니라고 답하지도 못한다. 지난해 허인철 전 이마트 대표가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가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을 증인으로 추가 채택하게 만든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신세계프리미엄 아웃렛은 도심과 50분~1시간 떨어져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

기업인들 사이에서는 국정감사장 증인 자리에 서면 무조건 “개선하겠습니다. 상생하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했습니다”라고 앵무새처럼 답하면 큰 탈 없이 넘어간다는 이야기가 있다. 길게 이야기해봐야 의원들의 화만 부추기게 되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호통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공식이다.

증인을 불러놓고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반나절 내내 앉아있게 하는 것 또한 개선이 필요하다. 정무위 국정감사에 기업 증인 11명이 출석했지만, 이중 1명은 아예 질의조차 안받았다. 나머지 10명의 평균 답변시간은 1분을 갓 넘었다. 소셜커머스 임원 3명이 질의에 답변한 것은 “개선 방법을 찾아보겠다”로 20초도 안됐다.

그나마 이원준 사장, 이갑수 대표이사,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 장민상 농심 부사장이 두 명 이상 의원에게 질문을 받았지만 답변 소요시간은 2~3분이 전부였다. 의원들이 제한된 시간에 준비한 것을 모두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도 이해는 한다. 다만 ‘수박겉핥기 국감’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가 뭔지는 고민해야 한다.

정무위 국감에서는 아웃렛 사업 진출에 따른 지역 상권의 어려움, 물량 밀어내기 단절 여부, 납품업체에 대한 인건비 전가, 타 유통업체 및 채널에 대한 반강압적 가격 통제 등 의미있는 지적사항이 나오기도 했다. 증인을 1차로 보낸 후 추가 질의가 남은 증인만 자리를 지키게 하는 노력도 있었다. 하지만 귀한 시간 쪼개 국회까지 찾아간 유통업체 대표나, 제대로 된 국감을 기대했던 국민 모두 답답한 마음은 여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