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국민카드 부사장,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가나다 순)

KB금융(105560)지주 회장 경선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전직 KB금융그룹 임원들과 외부 전문가 20명은 차기 회장이 갖춰야 할 덕목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 ‘조직 장악력’과 ‘전문성’을 꼽았다. KB그룹 전직 임원 10명 중 6명은 조직 장악력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은 반면 외부 전문가 10명 중 8명은 전문성을 택해 대조를 보였다.

차기 회장의 출신과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전문성이 있으면 내부든 외부든 상관 없다’고 답했고 내부 출신이 돼야 한다는 응답이 7명으로 뒤를 이었다. 예상대로 KB금융그룹 전직 임원들은 내부 출신 선호도가 높았다.

현재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는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등 내부출신 3명과 외부 출신인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등 총 4명으로 압축된 상태다. KB금융지주 회장추천위원회는 오는 22일 이들 4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벌여 한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할 예정이다.

◆ “강력한 리더십과 전문성이 필요”

17일 조선비즈가 KB그룹 전직 임원 10명, 연구원·교수·애널리스트·타 금융사 임원 등 외부 전문가 10명 등 총 2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차기 KB금융 회장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복수응답)란 질문에 ‘조직 장악력’과 ‘전문성 및 비전 제시’를 꼽은 사람이 10명씩으로 가장 많았다.

기타 의견으로 소통능력,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리더십, 조직에 대한 애정 등 덕장 스타일의 회장을 원하는 의견도 6명이나 됐다. 넓은 의미로 보면 조직 장악력에 속하는 답변이었다.

한 전직 KB그룹 임원은 “직원들의 업무 능력은 아무 문제가 없다”며 “지금은 정서적으로 직원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다독여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임원도 “차기 회장은 조직 구성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사분오열되고 상처받은 직원을 치유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지금까지 KB그룹은 최고경영자(CEO)의 연임 과정에서 정부 입김과 CEO의 행보가 갈등을 빚으면서 엉망이 됐다”며 “지금 KB그룹엔 강력한 리더십을 갖고 연임까지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직 장악력과 함께 그룹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도 차기 회장에게 필요한 요건이라고 답했다. 한 민간연구원의 연구위원은 “은행업의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인데 KB그룹 경영진들은 위기 의식이 없었던 것 같다”며 “차기 회장은 새로운 방향성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 관계자도 “과거 KB그룹은 강력한 소매금융으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했지만 소매금융 고객은 수익기여도가 낮다”며 “시대 변화에 맞게 경영혁신을 할 수 있는 CEO가 장기 비전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전문성 있다면 내부든 외부든 상관 없다”…’내부 출신’ 답변이 그 다음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의 절반은 전문성만 있다면 KB금융 회장을 꼭 내부 출신으로 뽑을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신한지주(055550)처럼 내부 승계 후보군을 미리 키우는 것도 좋지만 이 경우 자칫 외부와 경쟁이 줄어 정체될 수 있다”며 “후보가 경쟁력만 있다만 내부와 외부를 가리지 말고 뽑아서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도 “현재 KB그룹은 현실적으로 내부 출신만으로는 회장 후보를 여러명 찾기 어렵다”며 “앞으로 시간이 지나 조직의 문화가 쌓이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굳이 내부와 외부를 가릴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 10명 중 7명은 회장 후보의 출신이 중요하지 않다고 본 반면 KB그룹에서 근무했던 전직 임원들 중 절반은 내부 출신이 회장으로 선출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전직 KB그룹 계열사 대표는 “CEO는 업무를 기본적으로 다 알고 직원들의 정서 관리를 해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내부 경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KB그룹은 합병 조직이기 때문에 내부 사정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직 국민은행 부행장도 “우리 직원들의 정서는 지금도 80~90%가 내부 출신을 원하고 있다”며 “KB그룹은 지금까지 외부 출신 인사가 와서 성공한 전례가 없다”고 말했다.

[설문에 참여하신 분]
김우진 금융연구원 금융산업연구실장,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김형태 전 국민은행 부행장, 박경서 고려대 교수, 배현기 하나금융연구소장, 손광춘 전 KB신용정보 대표, 심형구 전 국민은행 부행장, 여동수 전 국민은행 부행장, 윤석헌 숭실대 교수, 이득영 전 국민은행 부행장, 전성인 홍익대 교수, 정연근 전 KB데이타시스템 사장,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주재성 우리금융경영 연구소장, 최기의 전 국민카드 사장,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최흥식 하나금융 고문, 허세녕 전 KB데이타시스템 사장, 황태성 전 국민은행 부행장(가나다 순)
※전직 KB금융그룹 임원 한명은 익명 요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