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서울 송파구 잠실고에서 '2014 하반기 현대차 대졸신입공채' 인적성검사가 열렸다.

9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잠실고등학교. 교문 좌우로 수백여명의 응시자들이 줄을 서 시험장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긴장한 얼굴로 기출 문제집을 살펴보는가 하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최근 기사를 검색했다. 수험생들의 최대 관심사는 역사 에세이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계열사 중 현대차 응시자에 한해 역사 문제를 출시하고 있다.

9일 서울 송파구 잠실고에서 '2014 하반기 현대차 대졸신입공채' 인적성검사가 열렸다. 오전 7시 40분 시험장으로 응시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와 올 상반기 ‘세종대왕이 과거시험에 출제했던 현명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 구별법이라는 문제를 자신이라면 어떻게 답하겠는가’, ‘고려·조선시대 인물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꼽고, 그 이유를 설명하라’ 등의 문제를 출제해 수험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올해는 국사에서 세계사로 범위가 확대됐다. 현대차가 이날 출제한 역사 에세이 주제는 ‘그 시대 인정받지 못한 인물 중 자기가 생각하는 위대한 인물에 대해 서술하라’와 ‘로마와 몽골 제국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가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였다.

9일 서울 송파구 잠실고에서 '2014 하반기 현대차 대졸신입공채' 인적성검사가 열렸다. 오후 2시 시험을 마친 응시자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오후 2시 시험이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 응시자들은 역사 에세이 문제가 출시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시험을 치러보니 당혹스러웠다는 반응이었다. 한 응시자는 “제한 시간이 40분이라 충분하게 생각을 하고 에세이를 쓰기엔 시간이 부족했다”며 “평소에 역사를 열심히 공부할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다른 응시자는 “역사의 흐름만 대충 알아선 안 되고, 좀 더 자세하게 사건과 인물을 알아야 했는데, 그 부분이 부족해 어려웠다”고 말했다. 응시자들은 시험이 끝난 이후에도 서로 어떻게 에세이를 작성했는지 얘기를 나눴다.

현대차는 역사 에세이를 통해 응시자가 얼마나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깊이 있는 통찰을 할 수 있는지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 5위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한 현대차에는 전 세계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역사를 통해 현재를 통찰할 수 있는 직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9일 서울 송파구 잠실고에서 '2014 하반기 현대차 대졸신입공채' 인적성검사가 열렸다. 오후 2시 시험을 마친 응시자들이 교문을 나서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에선 지난해부터 ‘역사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11월 열린 경영회의에서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차를 판다면 이는 곧 대한민국의 문화도 같이 파는 것이고,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가장 큰 힘이 될 것”이라며 “국사 공부를 하라”고 주문했다. 정의선 부회장 역시 지난해 3월부터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한국 근현대사와 서양사, 미술사 등에 대해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바 있다.

이번 시험에서도 역사에세이 비중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현대차는 설명했다. 한 현대차 관계자는 “회사가 글로벌 업체와 경쟁할 때 가장 강력한 무기가 역사라고 인식하는 만큼 이번 역사 에세이 역시 당락에 중요한 역할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DB

이날 현대자동차 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는 서울과 부산, 전주 등 전국 5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서울에서는 송파구 잠실고와 잠신고, 신천중학교에서 인적성검사를 했다. 잠실고에만 1200여명의 응시자들이 몰렸다. 현대차그룹 15개 계열사의 인적성검사 응시자는 약 2만여명. 현대차 시험에만 대략 6000여명의 응시자가 시험을 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12일까지 입사 지원서를 신청 받았고 약 7만~8만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현대차그룹은 계열사 대졸 신입사원을 포함해 총 2460여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상반기에는 4340명을 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