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씨는 숙명여대에서 작곡과를 전공하고 있다. 어느 날 코세라에서 개설된 조지아 공대의 음악 공학 과목을 듣고 프로그래밍에 흥미를 느끼게 됐다. 그는 프로그래밍 언어인 파이썬과 관련 수업을 듣고 수료증까지 받았다. 이수진 씨는 “프로그래밍을 배우며 곡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느낀다”며 “무크 덕분에 작곡과 프로그래밍이 합쳐진 컴퓨터 음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최근 학문 트렌드는 융합과 통섭이다. 의학 물리학이 대표적인 예다. 의학·공학·물리학·수학·생물학·통계학·전산학 등 여러 학문이 융합된 학문이다. 무크가 이런 트렌드에 부합하는 교육 방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광호 한림의과대 방사선 종양학교실 조교수는 학부 과정 때 원자핵 공학과를 전공하고 의료계에서 연구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의학물리학이라는 분야가 워낙 다양한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에 원격으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면서 “방송통신대에서 통계학을 전공했고 최근엔 무크 강의를 통해 추가 지식을 습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대학의 경우는 2년, 일반 대학의 경우는 4년을 바쳐야 새롭게 전공할 수 있다. 그런데 무크와 같은 온라인 학습 방법을 이용하면, 학습 시간이라는 측면에서 효율성이 매우 높다. 인터넷이 되면,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과목만 골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에드엑스의 엑스시리즈(XSeries) 강좌 중 하나인 MIT의 비행체 항공 역학 강의 소개화면. 한 과목당 100달러다.

세계 유수 대학 교수의 질좋은 강의를 값싸게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에드엑스의 유료 강좌인 엑스시리즈(XSeries)는 하버드대·MIT 등이 제공하는 연속 심화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연속 강의에선 보통 3~4개의 강의를 듣게 되는데 강좌당 50달러~100달러(약 5만원~10만원)만 내면 된다. 학부 전공의 경우 1년에 1000만원 가까이 써야 하는 기존 대학 등록금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또 서로 다른 배경과 지식을 가진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토론하는 과정에서 융합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2013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무크 수강생의 80%가 이미 기존 대학 학위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많은 학생이 자신이 가진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토론에 참여한다는 것. 김형률 교수는 “코세라 한 강의에서만 150여개국 수강생이 듣고, 이들은 각자의 시각에서 토론 주제를 해석한다”며 “그 자체로 융합이 이루어 지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코세라에서 제공하는 ‘학습론’ 수업 소개 화면

교수에게도 장점이 있다. 무크에서는 팀을 이뤄 가르치는 ‘팀 티칭(team teaching)’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팀 티칭은 다양한 전공 교수들이 팀을 이뤄 하나의 강좌를 구성해 수업하는 방식이다.코세라의 ‘학습론(Learning to How to learn)’ 강좌의 경우, 바바라 오클리(Barbara Oakley) 캘리포니아대 컴퓨터 엔지니어링 교수와 테렌스 세즈노프스키(Terrence Sejnowski) 캘리포니아대 뇌과학 교수가 함께 만들었다.

김종범 서울대 평생교육원 수석팀장은 “과거 오프라인에서는 물리적으로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팀 티칭에 한계가 있었다”며 “그러나 무크를 통해서는 시간적·물리적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융합이 확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