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6일 기자간담회에서 "KT스카이라이프를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키우겠다"며 방송 콘텐츠 사업을 공격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위성방송업체 KT스카이라이프가 방송콘텐츠(PP)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유료방송 1위 사업자라는 이점을 살려 방송콘텐츠 사업을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초고화질(UHD) 방송 특화라는 새 카드도 제시했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한 업계의 전망은 엇갈린다. 부족한 재무 여력과 최고경영자(CEO)을 포함한 경영진의 낙하산 인사 등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방송채널 16개, CJ E&M 견줘

KT스카이라이프는 6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체 PP를 16개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KT스카이라이프는 현재 드라마전문방송 ‘스카이드라마’, 스포츠전문방송 ‘스카이스포츠’, 종합오락방송 ‘스카이엔터’를 비롯해 12개 채널을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 11월에는 애완동물전문방송과 예술전문방송을 추가하고, 내년에는 UHD 방송 2개를 새로 시작한다. 현재 유료방송 1위 사업자인 CJ E&M(18개)보단 적지만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10개)를 앞선 숫자의 방송 채널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이남기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이날 “방송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력을 함께 갖췄다는 장점을 활용해 종합 미디어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겠다”고 선언했다.

PP 사업 확대 선언을 주목하는 이유을 방송 플랫폼 시장에서 차지하는 이 회사의 위상 때문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6월 말 현재 가입자 수 424만명에 이르는 유료방송 업계의 1위 사업자다. 계열사인 KT의 인터넷TV(IPTV)가 가입자 545만명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 231만명은 스카이라이프 위성방송를 함께 쓰는 상품을 이용한다. 복수종합유선방송(MSO) 업계 1위인 CJ헬로비전(401만명)보다도 23만명이 많다.

플랫폼 시장에서 이런 절대 우위를 바탕으로 채널 배정 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자사의 PP 사업을 지원할 경우 사실상 날개를 다는 셈이다. 실제로 티브로드 등 MSO는 케이블 방송 사업에 일찌감치 뛰어들어 유력 복수방송채널사업자(MPP)로 성장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KT스카이라이프의 오랜 숙원은 자체 PP 육성”이라며 “채널 배정뿐만 아니라 수익률 배분이나 콘텐츠 수급 등에서 여러 가지 수단으로 자체 PP를 지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UHD 방송 확대 방침도 자체 PP 지원과 무관치 않다. UHD 방송에 필요한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고, 제작된 콘텐츠를 내보내는 방식으로 UHD 전문 방송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 2012년 물러난 이몽룡 전 사장 당시 3D(3차원) 방송 채널을 그런 방식으로 키우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적이 있다.

KT스카이라이프의 방송콘텐츠(PP) 시장 점유율은 2013년 말 현재 0.5%에 불과하다.

◆연이은 낙하산, 장기 투자 가능할까

하지만 KT스카이라이프의 전략이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일각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방송업계 한 관계자는 “방송 콘텐츠 산업은 투입 대비 성과가 일률적이지 않고 불확실성도 많아 단기적인 채산성을 감안하지 않은 오랜 안목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안정적인 지배구조와 재무여건을 동시에 갖춰야 하는 데 KT스카이라이프는 두 가지 조건 모두 결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한 주요 경영진에 대한 인사 방식은 PP육성 전략을 가로막는 더 큰 걸림돌이란 지적도 나온다. KT스카이라이프 사장은 정치적 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교체가 가능한 자리로 업계에 비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낙하산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현재 수장인 이남기 사장의 경우 올 3월 임명 직전의 경력이 청와대 홍보수석이었다. 전임자인 문재철 전 사장은 ‘이석채 낙하산’, 이몽룡 전 사장은 ‘MB 낙하산’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수식어가 따라 다녔었다. KT스카이라이프는 그때마다 “방송경력이 오래된 이들이 사장을 맡아와서 경영에 큰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지배구조의 불안정성을 비판하는 논리에 대해서는 별반 반박 논리를 제시하지 않았다. KT스카이라이프는 이몽룡 전 사장 퇴임 직후 이 전 사장이 주도하던 3D 방송 콘텐츠 사업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PP사업에 지속적인 자금을 대기 힘든 현재의 취약한 재무여력도 문제로 작용한다.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매출 6234억원, 영업이익 1021억원, 순이익은 731억원을 거뒀다. 이 가운데 결산 배당은 217억원으로, 500억원 안팎의 투자여력밖에 없는 실정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PP 시장 점유율은 2013년 말 현재 0.5%로 CJ E&M(14.3%)은 물론 티브로드(6.6%), 씨앤앰(4.6%) 등 케이블TV 계열 MPP와 비교해서도 한참 뒤처지는 수준이다. 한 PP사의 관계자는 “이 정도 금액 가지고는 제대로 된 대형 PP 한두 개도 제대로 육성하지 못한다”며 “투자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