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년, 생강빵 캐릭터를 내세운 모바일게임 ‘오븐브레이크’가 미국 시장에서 첫 선을 보였다. 손가락으로 캐릭터를 작동해 달리고 점프하며 점수를 얻도록 한 이 게임은 전세계 20여개국에서 2000만건의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당시 오븐브레이크가 한국 회사에서 만든 게임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3년 뒤 회사는 카카오 플랫폼을 통해 오븐브레이크를 다른 이름으로 재출시했고, 게임은 카카오톡에 이어 라인 플랫폼에서도 출시돼 전세계 7500만건의 누적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모바일게임 ‘쿠키런’을 제작한 데브시스터즈의 얘기다.

데브시스터즈가 6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다. 쿠키런의 인기를 발판 삼아 증시에 입성해 회사 인지도를 지금보다 높이고 더 많은 국가에 진출하겠다는 것. 회사는 앞서 지난달 24~25일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주 청약을 실시했고, 285.28대1의 경쟁률을 기록한 가운데 4조824억원의 청약 증거금을 받았다.

김종흔 데브시스터즈 공동대표

장대비가 쏟아지던 2일 오후,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데브시스터즈 본사를 찾았다. 에르메스·랄프로렌 등 명품 매장이 즐비한 도산공원 앞 골목에 자리잡은 모습이 생경하게 느껴졌지만 아기자기하고 세련된 사옥이 주변 풍경과 잘 어울리는 듯도 했다.

사옥에 들어서니 쿠키런 게임 캐릭터들이 빼곡히 그려진 벽이 방문객들을 맞고 있었다. 회사 안 곳곳에 캐릭터 인형, 소파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김종흔 공동대표이사는 “쿠키런의 캐릭터와 스토리를 토대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본래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VC)에서 일하던 투자 심사역이었다. 1999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한 뒤 스톰벤처스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했고, 2011년 데브시스터즈에 합류했다. 데브시스터즈는 이지훈 공동대표가 2007년 설립했다.

“VC에서 일하고 있을 때 박지영 전 컴투스 사장님이 실리콘밸리로 와서 투자를 받고 싶다고 하셨어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미국 VC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거였죠. 그때 처음 모바일 게임의 매력을 알게 됐습니다.”

2005년에는 김 대표가 심사역으로서 컴투스에 투자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수 있도록 도왔고, 2011년에는 반대로 박 전 사장이 데브시스터즈에 투자했다. “참 재미있는 인연”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김종흔 대표가 서울 신사동 사옥에서 '쿠키런' 캐릭터 인형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븐브레이크의 성공을 보고 데브시스터즈에 합류했지만 회사는 한때 어려운 시절을 겪기도 했다. 새로 개발하던 게임이 흥행에 실패해 2012년 하반기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도 힘든 상황까지 갔다. 결국 세계 시장에서 이미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오븐브레이크를 다듬어 쿠키런으로 출시하기로 했고, 2012년 12월 말 카카오 게임 사업부와 계약을 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도 있었어요.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통해 출시를 앞두고 있었는데 2013년 1월 말 위메이드에서 러닝(달리기) 게임인 ‘윈드러너’를 출시한 거죠.”

윈드러너는 당시 출시한 지 12일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도 이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쿠키런과 비슷한 장르의 게임이 단기간에 인기를 끌다보니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지만, 데브시스터즈는 윈드러너의 인기를 오히려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러닝 게임 장르가 대중에게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됐으니 단순한 스토리와 귀여운 캐릭터를 주무기로 내세워 이용자를 확보하기로 한 것.

현재 쿠키런은 카카오톡에 이어 라인 메신저를 통해 일본·대만·태국 등에 진출한 상태다. 특히 태국과 대만에서는 올 상반기 가장 많은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한 게임으로 선정됐으며 전세계 21개 국가에서 애플 앱스토어 최고 매출 순위 10위 안에 들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2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했다. 매출액은 124% 증가한 437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181억원이 해외 매출액에 해당된다.

'쿠키런' 게임의 실행 화면

현재까지는 실적이 좋아지는 추세지만, 투자 업계 일각에서는 회사가 한가지 게임만으로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아직 진출하지 못한 국가가 많기 때문에 얼마든지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클래시오브클랜’을 개발한 수퍼셀이나 ‘캔디크러시’를 개발한 킹 같은 회사는 3~4년째 한가지 게임을 갖고 수조원의 누적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데브시스터즈도 아직 성장 가능성이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합니다.”

데브시스터즈는 현재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인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카카오와 라인 플랫폼을 통해 소셜 게임을 운영한 노하우를 살려 ‘위챗’ 등의 메신저를 타고 중국에 진출할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현지 퍼블리셔(게임을 판매하는 사업자)로는 나스닥 상장사인 아이드림스카이를 선정했다.

회사는 공모 자금 1430억원 중 70%를 중국·글로벌 버전 개발과 마케팅에 배정했다. 10~20%는 타 게임 개발사에 대한 투자나 퍼블리싱에 배정할 계획이다. 게임 퍼블리싱은 과거 컴투스에서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정문희 부사장이 맡아서 할 가능성이 크다. 이 외의 자금은 쿠키런 캐릭터를 활용한 상품 제작에 사용할 것이라고 김 대표는 말했다.

데브시스터즈의 공모가는 희망공모가 범위인 4만3000~5만원의 상단보다 높은 5만3000원으로 정해졌다. 공모가가 너무 높게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일부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에 대해 김 대표는 “회사의 성과와 미래 가치가 반영된 금액일 것”이라고 말했다.

공모 후 최대주주(이지훈 공동대표)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34.6%가 된다. NHN엔터테인먼트와 컴투스가 각각 16.5%, 5.6%를 보유하게 된다. 공모주식 비율은 전체의 25%다.

◆ 액면가: 500원

◆ 자본금: 40억5000만원

◆ 주요주주: 이지훈 등 특수관계인(34.6%), NHN엔터테인먼트(16.5%), 컴투스(5.6%)

◆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1080만주의 56.7%인 612만7335주

◆ 주관사(우리투자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모바일 게임사업은 라이프사이클이 짧아 계속성에 대한 위험이 상대적으로 큼. 운영기간이 경과함에 따라 매출이 감소할 수 있음.

업체 간 경쟁이 심화돼 향후 마케팅 비용에 대한 지출이 증가할 수 있음.

향후 플랫폼 사업자와의 계약 변경(수수료율의 상승 등)에 따라 게임 사업자의 수익 비중이 줄 수 있음. 또 신규 개발 게임이 플랫폼 입점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영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음.

유사 제품, 불법 서버의 출현이 있을 경우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음. 해킹으로 인한 매출 감소의 위험이 존재함.

인수합병(M&A)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상대적으로 보유 자원 규모가 작은 중소형 게임사가 경쟁 환경 측면에서 위협받을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