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前) 대우그룹회장은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우관에서 '자신만만하게 세계를 품자'는 주제로 강연했다.

“비록 저는 세계 경영을 완성하지 못했지만, 여러분들이 우리나라 제2의 창업 세대가 되어 그 꿈을 이뤄주십시오. 저는 남은 여생 동안 젊은이들에게 해외진출 경험을 전수하고 기업가 정신을 불어넣으면서 보내려고 합니다.”

졸업 후 처음으로 모교를 찾은 김우중 회장이 후배들에게 격려의 뜻을 전했다. 김 회장은 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대우관에서 ‘자신만만하게 세계를 품자’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이날 김 회장은 젊은 세대가 용기를 갖고 신흥시장 등 해외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우그룹 해체 이후 은둔 생활을 했던 김 회장이 회고록 ‘김우중과의 대화’를 출간하면서 조금씩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모교 선배인 김 회장을 보기 위해 찾은 학생들로 500여석의 강당 좌석이 모두 찼다. 김 회장의 이번 방문은 1960년 학교 졸업 이후, 54년 만이다.

김 회장은 교정을 다시 찾은 소회를 밝히며 말문을 열었다. “도서관에서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마치고 백양로에서 하늘을 바라보면 마치 이 세상이 내 것인 것처럼 자신감이 충만했을 적이 있었다”며 “그때보다 학교가 한층 발전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해방 이후 한글로 교육받은 첫 번째 세대이자, 대학교육의 첫 세대이기도 하다”며 “그렇기 때문에 다른 세대보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채무의식이 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선배 세대로서의 미안함도 표현했다. 그는 “아직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했는데, 이 점에 대해 선배 세대로서 미안하고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우리가 개도국의 마지막 세대가 될 테니 여러분들이 선진국의 첫 세대가 되어달라”고 당부했다.

강연을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그는 남은 여생 동안 후배 기업인을 양성하면서 못 다 이룬 대우그룹의 세계경영 뜻을 펼치겠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울먹거리기도 했다.

김 회장은 “좋은 기업이 계속해서 생겨야 국가가 강성해진다. 제2 창업세대를 꿈꾸는 젊은이들을 해외에 파견해 내가 가진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후배 여러분들이 관심을 가져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첫째로 언급한 것은 강한 제조업. 그는 “제조업에 대한 투자는 우여곡절을 거치고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기반이 안정되기 때문에 산업 정책에 대한 정부의 비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고 안정된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내수 시장이 협소한 우리나라는 남북한 통일을 단순히 민족 간 결합이 아닌,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중국 동북 3성 지역에 남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산업단지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는 오늘 강연의 주제이기도 한 자신감을 꼽았다. “우리 국민들은 실력은 뛰어난데 자신감이 없다. 여러분 세대는 한류 영향도 있고 해외 여행 경험도 많아서인지 외국에 나가도 핸디캡을 많이 느끼지 않는다. 그런 자신감을 사회에 나가서도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의 강연동안 미동없이 묵묵히 자리를 지켰던 김 회장은 강연이 끝난 뒤엔 북받치는 감정에 눈물을 흘렸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 손수건으로 연신 얼굴을 닦았다.

이날 강연에는 정갑영 연세대 총장을 포함해 김영진 한독 회장, 고병헌 금비 회장 등 연세대 상경대 출신 기업인과 상경대 교수 2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