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까지 의료기기 산업을 세계 7대 강국으로 키우겠다고 나섰지만, 실효성 있는 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의료기기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부터 하반기 의료기기 관련 지원사업을 신청을 받거나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신성장동력에 의료기기산업을 포함시키고 세계 7대 의료기기 강국으로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0년까지 수출액 13조5000억원, 세계 시장 점유율 3.8%, 고용인력 13만명 달성 등을 포함한 ‘의료기기 산업 중장기 발전계획’을 발표했다.

복지부와 산업부는 이에 따라 의료기기산업에 집중 지원하기로 하고 올해 예산도 항목별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 단위로 할당했다. 복지부는 의료기기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올해 예산 259억원을 배정했다. 의료기기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임상시험을 지원하기 위한 현재 하반기 신규 지원사업을 신청받고 있다.

산업부도 바이오, 의료기기 등 신산업에 중점 투자하기로 했다. 핵심 의료기기 제품화 기술 개발사업에 65억원을 할당해 기업과 병원이 연계한 기술개발을 추진한다. 웰니스 휴먼케어 플랫폼을 포함한 IT융합기술에 411억원, 나노바이오화학제품 산업에 50억원 등을 지원한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사업이 연구비 수혜에서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2011년 산업부 지원을 받아 서강대는 초음파연구회를 추진했고 서울성모병원은 X선 의료기기연구회를 발족했으나 현재 유명무실한 상태다. 또 복지부 지원을 받아 코렌텍이 개발한 인공무릎관절은 실제로 거의 쓰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 지원을 받아 개발된 유엔아이의 척추 통증 치료기는 고가시술로 논란을 일으킨 척추 신경성형술(주사를 이용해 뼈 부위에 골 시멘트를 주입하는 시술)에 쓰이는 제품이다. 원재료비는 30만원 미만이지만 비수술적 치료로 포장돼 2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받고 있어 과잉시술 논란을 일으켰다.

기술 개발에 성공한다 해도 임상 근거가 부족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병원 관계자 99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국산 제품 기피 요인으로 제품 성능이 떨어져서 28.0%, 브랜드 신뢰도가 낮아서 20.0%, 임상 검증 미흡 15.5% 등 전반적인 신뢰가 없었다. 이런 이유로 중증 환자가 많은 상급 종합병원의 국산 제품 사용 비중은 8.0%에 불과했다.

한 의료기기업체 대표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병원에서는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검증이 최우선”이라며 “단편적인 지원보다는 전체 산업 구조를 들여다보고 가능성있는 품목을 선정해 실제 현장에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업체 대표도 “삼성전자 등 대기업이 의료기기산업에 관심 갖지만 높은 진입장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는 예산 지원만 할 것이 아니라 적정한 가격 인정과 과도한 규제 철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은 3284억 달러(약 349조원)지만 국내 의료기기시장 규모는 1.6%에 불과한 4조 6000억원이다. 시장 규모로만 치면 세계 11위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과 격차가 상당하다. 수입 의료기기 비중이 전체의 65%에 달하고 의료기기 기업의 80%는 직원수 20인 미만의 영세 사업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