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와 KAIST의 이공계 학생들이 다섯 명 중 한 명꼴로 의·약학, 법학 계열로 진로를 바꾸기 위해 학교를 떠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홍의락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011~2013년 서울대 공대·자연대의 학업 중도 포기자 275명 중 55명(20.0%)이 나중에 의약 계열로 재입학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1일 밝혔다. KAIST는 같은 기간 중도 포기자 496명 중 72명(7.7%)이 의대와 약대로 진학했다.

이공계 이탈은 대학원 진학자에게서도 마찬가지였다. 홍 의원이 KAIST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2014년 KAIST 석사과정 진학자 1698명 중 327명(19.3%)이 학교를 떠나 의·치의·법학 전문대학원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이공계 학부 졸업자의 진로 현황을 따로 파악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생명과학 전공의 한 서울대 교수는 "의학, 치의학 전문대학원 입시 준비를 위해 대학원에 오는 학생들이 해마다 있다"며 "대학원이 전문대학원 입시학원이 된 듯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우수 학생의 이공계 이탈 현상은 올림피아드 참가자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다. 2011~2013년 과학 분야 올림피아드 대회 참가자 중 대학에 진학한 학생은 모두 84명. 이 중 28.6%인 24명이 의약 계열로 입학했다. 그중 상위권인 올림피아드 수상자들의 이탈은 더욱 심각하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08~2011년 화학·물리·생물 올림피아드 수상자의 의대 진학률은 각각 70.0%, 59.1%, 55.6%였다.

홍의락 의원은 "이공계 우수 인재들이 의대나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로 이탈하는 것은 국가적 손해"라며 "이공계 이탈자를 줄이기 위해 학생과 연구 인력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