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러닝화의 '밑창'이 화려하게 변신하고 있다. 최근 패션업계를 관통하고 있는 '스포티즘(sportism·운동복을 평상복 패션에 적용하는 것)' 열풍에 따라 러닝화 시장이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의 격전지(激戰地)가 되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형광 색상과 화려한 무늬·소재를 적용한 운동화가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뒤집어봐야 볼 수 있을 발바닥의 '밑창'까지 독특한 기술·디자인을 적용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주인·타이어·고양이 발·브래지어까지 밑창의 進化

스포츠 브랜드 푸마는 최근 '고양이 발바닥'을 닮은 밑창을 붙인 러닝화를 출시했다. '2014 모비움' 시리즈는 밑창이 마치 말랑말랑한 고양이 발바닥처럼 구획이 나뉘어 있다. 걸음걸이에 따라 구획 간격이 늘어나고 줄어든다. 중간에 위치한 8자 모양의 밴드는 뛸 때 수축·팽창하면서 부드럽게 착지할 수 있게 도와준다고 한다.

나이키의 러닝화 '루나(Luna·달) 시리즈'는 일찌감치 밑창을 내세워 마케팅해왔다. 나이키는 지난 7월 '루나 글라이드6'를 새롭게 출시했다. 무중력 상태에서 달 표면을 걷는 우주인의 모습에 영감을 받아 만든 운동화다. 밑창에 고탄력 스펀지를 섞은 새로운 소재를 사용했고 달에서 통통 튀며 걷는 우주인의 모습을 구현한다며 '루나론'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리복은 스포츠카의 고속 주행용 타이어와 비슷하게 생긴 밑창을 적용했다. 타이어 안전 등급 중 최고 등급을 뜻하는 'Z등급 타이어'를 본떠 'Z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올해 새로 출시된 'Z퀵 일렉트리파이' 러닝화의 경우 레이저 커팅으로 지면에 닿는 부분을 최대로 늘려 부드러운 마찰력과 함께 러닝의 속도감을 높여준다고 한다.

언더아머의 밑창에는 독특하게도 여성 '브래지어' 기술이 숨어 있다. 언더아머의 '스피드폼 아폴로'는 미국의 아폴로 우주 계획에서 쓰인 우주복이 '브래지어 공장'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착안해, '브래지어 패드'의 입체성형 기술을 밑창에 적용했다. 발꿈치를 감싸는 '힐컵' 부분이 마치 양말을 신은 듯 피팅감을 높여준다.

아디다스가 출시한 '스프링블레이드' 러닝화는 경사진 형태의 16개 고탄력 '날(blade)'이 밑창에 붙어 있다. 발밑에 마치 스프링이 있는 것과 같은 추진력을 제공한다. 아디다스 관계자는 "이노베이션 팀이 에너지 효율을 최대로 올려주는 블레이드를 찾아내기 위해 6년 동안 수백 가지의 물질을 테스트한 끝에 만든 제품"이라고 밝혔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은 평지가 아닌 얕은 산이나 자갈길, 젖은 진흙길을 달리는 '트레일 러닝'에 적합한 밑창을 선보였다.'스피드크로스3' 운동화는 울퉁불퉁한 돌기가 솟아 있는 밑창으로 접지력을 극대화했다.

나 홀로 성장하는 '스포츠' 패션

러닝화 시장에 급기야 '밑창 싸움'까지 벌어진 것은 '내수 침체로 소비자가 증발했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국내 패션 시장에서 스포츠 제품만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2년 전부터 스포츠 의류가 한국 패션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를 지켜온 '여성 의류'를 꺾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 349개 의류 기업의 재무제표(총 46조7327억원 규모)를 분석한 결과 스포츠 제품은 25.8%로 1위였고 여성 의류가 24.1%로 2위를 차지했다.

에스콰이어 이현범 패션디렉터는 "경기 침체 이후 '패션 의류'를 구입하는 것은 사치지만, 기능성이 더해진 '스포츠·아웃도어 제품'은 '실용'이고 '필요'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며 "명품·잡화 브랜드에서도 일제히 실생활에 와닿는 스포츠 소재를 적용하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