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시내 한 SK텔레콤 대리점의 모습. 직원이 단통법 안내 포스터와 함께 현수막을 부착하고 있다.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이 뭔지 아세요? 아는 게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단통법이 시행된 첫날인 1일 낮 서울 시내 한 대학가. 이 일대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대부분 개점 휴업 상태였다. 평소 같으면 점심때 스마트폰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이지만 이날만큼은 한산했다. 문조차 열지 않은 매장도 꽤 눈에 띄었다. 통신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 대리점 직원들은 본사에서 지급한 단통법 홍보 포스터와 현수막을 분주히 걸고 있었다. 한 개인 대리점 사장은 “통신사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나와 검사한다고 해서 걸라고 해서 붙이지만 정작 단통법에 대한 교육 한번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대리점 사장은 또 “법은 시행됐지만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관계자들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영업을 해도 될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5월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지급을 투명하게 만들고 일부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던 보조금을 차별 없이 받도록 입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지급하는 보조금을 나눠 공개하는 보조금 분리공시제의 도입이 무산되면서 대리점과 소비자 모두 단통법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이다.

이날 방문한 매장에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다. 하지만 정작 대리점과 판매점 관계자들은 바뀐 법안에 따른 새로운 영업 방식을 파악하느라 하루 종일 분주했다. 교육을 받지 못한 직원들은 단통법을 ‘벼락치기’로 공부하기 위해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자료를 보는데 바빴다. 하지만 50장이나 되는 새 매뉴얼을 누군가의 설명 없이 혼자서 이해하기란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판매점은 새롭게 바뀐 가입신청서가 도착하지 않아 가입자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또 한 대리점에서는 새로 바뀐 전산 시스템에 대한 사용법을 몰라 점주와 직원 3명이 모니터를 함께 보며 진땀을 빼는 모습도 목격됐다.

통신사들이 대리점과 판매점 직원을 위해 마련한 문의센터도 하루 종일 전화가 폭주했다.

한 SK텔레콤 대리점 사장은 “대리점 직원을 위해 마련된 문의센터인 ‘아이삭’이 하루 종일 통화중인 걸로 봐서 새로 바뀐 전산 시스템에 대한 문의가 폭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리점 직원은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단통법에 대해 모르는 상황에서 어떻게 장사를 하라는 건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한 휴대폰 판매점에서 직원들이 새롭게 바뀐 전산 시스템을 공부하고 있다.

대리점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이동통신사들은 직영 대리점에 단통법과 관련해 새로 바뀐 영업방식을 안내하는 포스터와 현수막, 유인물을 지원했다. 하지만 일반 판매점의 경우 단통법이 시행됐다는 것을 모를 만큼 보조금 공시는 물론, 단통법 안내문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상당수 판매점 직원들은 보조금 액수를 묻는 질문에 “가격 정책이 아직 내려오지 않아 설명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부 통신사 관계자들은 판매점 관계자들과 “금일 영업정책은 단통법 적용으로 공지가 지연될 예정”, “단가표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문자를 주고 받기도 했다.

한 휴대폰 판매점 사장은 “이동통신사가 직접 운영하는 대리점과 달리 판매점은 물건을 통신사의 유통직영점을 통해서 받기 때문에 새 단통법과 관련한 정책과 문서, 유인물, 교육 지원을 가장 늦게 받는다”며 “단통법이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단통법 시행 첫날 소비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일부 소비자들은 보조금이 너무 적어서 불과 하루 밤새 휴대전화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신촌의 한 KT 매장을 찾은 한 여성은 직원에게 보조금 액수를 듣자 전날 기준으로 구매할 수 없는지 묻기도 했다.

반면 단통법 시행에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도 꽤 들을 수 있었다. 소비자가 보조금 규모를 알 수 있어 정직하게 제품을 살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보조금 공시제도에 따라 그 규모를 공개해야 하기 때문에 ‘속고 속이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한 판매점 대표가 지점으로부터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의 모습. 단통법으로 인해 가격정책 공지가 늦어지고 있다는 메시지가 많았다.

이날 찾은 대리점 매장 곳곳에는 보조금 규모를 표시한 정책표가 붙었다. 7만5000원짜리 요금제를 사용하는 가입자가 출고가 86만6800원짜리 갤럭시S5 롱텀에볼루션 어드밴스트(LTE-A)를 구입하면 보조금 10만원과 매장에서 줄 수 있는 15% 의 지원금(1만5000원)를 더해 11만5000원까지 보조금을 받게 된다. 소비자는 갤럭시S5 LTE-A를 75만1800원에 살 수 있다.

단통법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는 대리점과 판매점 직원들도 많았다. 한 대리점 사장은 “과거 27만원이라는 보조금 상한선도 법률에서 정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70만~80만원 보조금을 지급했다”며 “판매하는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손님들도 언젠가는 또 다른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급할 것으로 기대해 휴대폰을 나중에 바꾸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