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다. 2012년 11월부터 23개월 연속 1%대 이하인 저물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중기물가안정목표(2.5~3.5%)의 하단에 미치지 못한 것도 28개월째다.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배경이다.

우리나라는 1998년 물가안정목표제(인플레이션 타깃팅)를 도입했다. 그동안은 물가안정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해 왔으나 최근 들어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아졌다. 2008년 당시 물가안정목표는 3.0±0.5%였는데 월별 물가상승률이 5%를 넘기도 했다. 2009년에 그 다음 3년간(2010~2012년) 물가목표를 정했을 때 이를 의식해 물가안정목표를 3.0±1%로 넓혔다.

2013~2015년 물가목표는 중심선을 없애고 2.5~3.5%로 했다. 2010~2012년에는 대체로 물가목표(3.0±1%)를 달성해서 물가목표 폭을 다시 좁힌 것이다. 대체로 물가목표 설정 당시 상황을 보고 물가목표를 넓혔다가 좁히는 후행적인 모습을 보였다.

23개월 연속 물가가 1%대 이하의 저물가 상황이 지속되니까 물가안정목표를 낮춰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은은 일단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월 "물가안정목표는 중기 개념의 목표"라며 "일시적으로 목표구간에서 벗어났다고 해서 목표수준을 조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과 같은 저물가는 경제 전체적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며 "물가안정목표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있지만 목표를 낮추기보다는 현재의 낮은 물가를 더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차제에 한은이 목표를 바꿔서 경상성장률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상성장률은 실질성장률+물가상승률로 '중앙은행이 성장과 물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최근 국제적 흐름에도 부합한다. 경상성장률을 한은의 정책 목표로 삼으면 경제가 좋을 때는 실질성장률이 높아서 물가를 억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경제가 나쁠 때는 실질성장률이 낮아서 물가상승을 용인하면서 성장에 더 중점을 둘 수 있다. 한은이 물가, 성장, 고용 등 경제상황을 전반적으로 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고는 하지만 지금처럼 물가 안정만을 목표로 삼을 때는 아무래도 성장보다는 물가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한은 안팎의 평가도 한은이 너무 물가 안정에만 신경 쓰고 성장보다는 물가 안정을 우선시한다는 의견이 많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015년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세수 전망의 근거로 경상성장률을 제시했다. 실질성장률 4.0%, 물가상승률(GDP디플레이터) 2.1%로 해서 내년 경상성장률을 6.1%로 예상했다. 최 부총리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경상성장률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9일 "경상성장률이 6%가 되면 재정수지는 흑자로 갈 수 있는데 이게 3년째 안 되기 때문에 세수도 부족하고 재정건전성도 나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5일에도 "(경제 심리가) 안정이 되면 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에 중점을 둬 실질성장률 4%, 경상성장률 6%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예전 경제수장들은 실질성장률만 언급했으나 최 부총리는 물가와 성장을 함께 보는 경상성장률을 중요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과 같은 저물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금의 물가안정목표는 의미가 없어 보인다. 한은은 물가안정목표를 정부와 상의해 결정한다. 다음 물가안정목표는 2016~2018년에 대한 것으로 내년 하반기에 결정한다. 물가안정목표를 낮출 것인지, 목표 구간 폭을 넓일 것인지 등에 대해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그런 후행적 행태를 반복하느니 아예 의미없는 물가안정목표를 폐기하고 경상성장률을 목표로 하는 게 어떤가. 결정을 내년까지 갈 필요도 없이 지금 결정해서 내년부터 시행하는 것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