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이후 5개월 이상 지속됐던 여야의 대치 국면이 지난 30일 마무리됐다. 여야는 마라톤협상 끝에 사고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합의한 뒤 151일만에 국회 본회의에 함께 출석해 미뤄뒀던 90개 법안을 처리했다.

그동안 국회는 '세월호 참사'라는 암초에 부딪혀 침몰하고 있었다. 탈출구를 찾지 못했었다. 야당은 세월호 사고에 성난 민심을 등에 업고 거리에 나가 파상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민생을 내팽개친 장외투쟁은 여론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여론이 야당에서 돌아서자 이번엔 여당이 야당에게 백기투항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는 멈춰섰고 국론은 분열됐다. 급기야 새누리당은 지난 26일 단독 본회의를 예고하며 '반쪽 국회' 카드를 꺼내들기까지 했지만 '야당을 한번 더 믿어보자'는 같은 당 정의화 국회의장에 의해 사실상 무산됐다.

여당은 강한 불만을 쏟아냈지만 돌이켜보면 정 의장의 판단이 옳았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의 단독 법안처리를 앞두고 "어려울 때일수록 믿음이 없다면 바로 설 수 없다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의 참 뜻을 되새겨 한 번 더 노력하면 좋겠다"며 본회의를 미뤘다. 그동안 여당의 손을 들어줬던 역대 국회의장들과는 달랐다. "쏟아질 비난은 제가 감당하고 가겠다"며 여야의 추가 협상을 요구했다. 그날 본회의가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여야 관계는 파국 국면으로 갔을테고, 세월호특별법 협상은 더 미궁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정 의장이 구상했던 대로 '4일'이라는 인고의 시간이 협상 타결의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 한 차례 야권의 손을 들어주면서 '30일까지'라는 마지노선으로 야당과 유가족의 유연한 입장을 이끌었다. 새누리당으로부터 '국회의 수치' '의사진행 폭거'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국민들로부터는 박수를 받게 됐다.

여야는 지긋지긋하게 싸웠고, 앞으로도 싸울 것이다. 그동안 여야는 박근혜정부 출범 첫 해부터 정부조직법,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철도노조 파업, 기초단위 공천 등을 놓고 지루한 공방을 벌였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다수당의 단독 법안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국회는 파행을 일삼았다.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대변하는 것이 정치의 임무다 보니 싸움은 있기 마련이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힌 정책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충돌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무조건 여야의 싸움을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갈등을 조정하고 원만하게 타협하는 것이야 말로 정치의 본령이다. 어느 한 쪽이 만족할 만한 결과보다는 양쪽 모두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중간지점'을 찾아야 한다.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위한 지루한 공방은 끝났지만 곧바로 2015년도 예산안과 세법개정안을 둘러싼 충돌이 예고된 상태다. 여야 모두의 정치력이 발휘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