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이후 '24시간 방송 허용'과 '광고 품목 규제 허용' 등 지상파 방송사를 위한 각종 광고 규제 완화가 이어졌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수익이 늘었음에도 제작비 투자 비중을 오히려 줄여온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방송학회(회장 유의선·이화여대 교수) 주최 '방송 시장 진단과 규제기관의 역할' 토론회에서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은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의 한류(韓流) 콘텐츠 제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광고 총량제를 도입하려 하지만, 해외 수출 드라마는 대부분 외주 제작사가 만든다"며 "총량제로 광고 매출이 늘어도 지상파의 한류 투자는 늘지 않고, 인건비나 관리비를 더 지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방송시장 진단과 규제기관의 역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정인숙 가천대 교수, 김정렬 방송통신위원회 창조기획담당관, 김성철 고려대 교수, 김정기 한양대 교수(사회자), 노영란 ‘매체비평 우리스스로’ 사무국장, 권호영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

권 연구원에 따르면, 지상파는 1990년대 120%에서 최근에는 50%대로 외주 제작사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비 지원액을 줄여왔으며, 2011년부터 제작 투자액 규모가 역전돼 케이블TV 방송채널사업자(PP)보다 제작비를 덜 쓴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2012년 지상파가 1조1928억원을 제작비로 쓰는 동안 PP들은 이보다 4777억원이 더 많은 1조6705억원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 이후 2012년까지 PP의 제작비 증가율은 36.9%인 반면, 지상파는 6.9%에 불과했다.

이날 권 연구원은 광고총량제 도입 이후 지상파의 주시청시간대 광고가 70%만 팔려도 지금보다 3사 합계 최대 2759억원 광고가 더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는 방통위 산하 광고균형발전위원회가 추정한 376억원보다 7배 이상 많은 것이다.

시청자 권리 침해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토론자로 나온 정인숙 가천대 교수는 "지상파 방송의 광고 규제를 폐지하려면 시청자 권익 침해가 없다는 논리적 근거가 필요한데 방통위의 지상파 광고 총량제 도입 계획에는 이런 점이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형태근 전 방통위 상임위원은 "이미 인터넷으로 수익 구조가 전이되고 있기 때문에 방송 시장 안에서만 문제를 찾다 보면 대책이 안 나올 수 있다"며 "제로섬 게임에서 벗어날 공정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측 토론자로 나온 김정렬 방통위 창조기획담당관은 "방송광고 총량제는 지상파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고 유료방송에 대한 규제도 완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광고 시간 총량에서 유료방송과 지상파를 차별화하거나, 유료방송의 간접 광고 허용 시간을 늘리는 등의 '비대칭 규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