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5월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다음카카오 출범 기자간담회

다음카카오는 국내 모바일메신저 시장의 96%를 차지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결제, 쇼핑, 뉴스, 콘텐츠 등으로 발빠르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2012년에 시작한 카카오 게임하기는 올 상반기에만 1070억원을 벌어들이면서 향후 신규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다음카카오가 진입하는 시장은 대부분 기존 플레이어들의 텃밭이거나 제휴·협력이 없으면 서비스조차 할 수 없는 분야들이다. 일례로 모바일 간편결제 ‘카카오페이’는 카드사의 참여 없이는 소비자에게 있으나마나한 서비스라는 것.

모바일 시장에서 카카오톡이 가진 강력한 입지는 장점이면서 공정거래법에 따른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될 가능성이 있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다음카카오는 모바일 생태계에서 네이버를 넘는 혁신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아니면 독점기업으로 낙인 찍히고 견제에 부딪쳐 시련을 맞게 될까.

◆ 공정거래위원장 “카카오톡은 플랫폼, 기존 사업자와 출발점 달라”

카카오페이(간편결제), 카카오뮤직(음악서비스), 카카오픽(모바일쇼핑), 스토리채널(콘텐츠 구독 서비스)….

다음카카오가 최근 시작했거나 일정 궤도에 안착한 서비스들이다. 다음카카오는 이 같은 서비스를 위해 카드사(카카오페이), 음원서비스회사(카카오뮤직), 상품판매자(카카오픽) 등과 손잡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은 카카오톡이라는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 자신들에게 새로운 먹을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다음카카오와의 협력을 반기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다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SK플래닛 등 3개사는 올 7월 다음카카오가 카카오톡 내 선물하기 서비스 계약해지 과정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 모바일 상품권 시장을 독점했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제소했다. 향후 시정조치나 과징금이 부과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사업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경쟁사업자를 착취·배제하거나 신규진입을 봉쇄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노 위원장은 또 “카카오톡은 입점업체에게는 플랫폼에 해당한다”며 “플랫폼을 갖고 있는 회사가 사업에 직접 참여하면 기존 사업자와 달리 수수료가 없어 출발점이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같은 불공정 문제 여부를 따져 그에 합당한 판단을 내리겠다는 것이 공정거래위원장의 복안으로 해석된다.

모바일 간편결제 카카오페이는 현재 참여하지 않은 카드사가 많아 반쪽짜리 서비스라는 평을 듣고 있다.

◆ 네이버처럼 위기 맞이할 수도…파트너와 상생·협력 추구해야

지난해 네이버문제는 정치권과 언론계의 큰 화제였다. 네이버가 중소·영세사업자의 골목상권을 침해하고 재벌 기업처럼 문어발식 경영과 독점적 지위로 경쟁자를 무너뜨리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이후 네이버는 벤처·소상공인과 상생 하기 위한 대안을 내놓았고, 자사 포털에서 광고와 광고 아닌 내용을 구분하는 등 서비스 시정조치를 취했다.

일각에서는 다음카카오 역시 조만간 네이버와 같은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건전한 모바일 생태계 조성을 위해 파트너들과의 상생·협력을 추구하기보다는 하루빨리 덩치를 키우기 위해 시장진출이나 수수료 협상 등에서 우월한 지위를 남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을 넘어 거대 모바일공룡으로 성장한 만큼 곳곳에서 견제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카카오페이의 경우 서비스를 시작한지 한달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신한·하나SK 등의 카드사들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카카오페이가 새로 시작한 서비스라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데다 카드사들이 서비스하고 있는 앱카드와도 영역이 겹친다. 협력자이면서 경쟁사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일 사용하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하는게 편리하나, 사업자 입장에서는 내 영역에 들어와 파이를 나눠갖는다는 느낌이 든다”며 “합법적인 서비스야 문제가 없겠지만, 향후 다툼이나 법적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