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의회가 '로보법(RoboLaw)' 법안을 마련하기 위한 심의에 들어갔다. 이코노미스트는 로봇과 인간의 법률적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시도라고 평했다. 사진은 소프트뱅크가 지난달 공개한 감성인식 로봇 '페퍼(Pepper)'

로봇은 인간을 위한 도구인가, 법적인 주체로 인정해야 하는가.

유럽연합(EU) 의회가 '로보법(RoboLaw)' 법안을 마련하기 위한 심의에 들어갔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이를 위해 EU 법사위원회는 지난 24일 로봇의 개발 및 사용에 관한 규제 지침을 의회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코노미스트는 로봇과 인간의 법률적 관계를 정립하기 위한 시도라고 평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출신 공상과학 소설(SF)의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1920~1992)가 1953년에 펴낸 단편소설 '샐리'에 등장하는 세 가지 '로봇 준칙(law of robotics)'을 소개하며, 소설 속에서만 존재할 줄 알았던 로봇 관련 법이 현실에서 공식 거론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이번에 제출된 215쪽 분량의 법안에는 로봇의 사용에 관한 법적 및 윤리적 측면에 대한 분석이 포함됐다. 유럽의 정책 입안자들이 새로운 로봇의 개발과 사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경우에 참고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로봇공학의 개념, 다가올 '로봇 시대'에 대한 방안, 법률적 책임에 대한 내용도 등장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법안을 만든 배경을 두고 인간의 생활을 향상시킨다고 여겨졌던 여러 분야의 로봇들에 대한 법률·윤리적인 의문들이 끊임없이 제기되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가령, 인간의 보행을 돕는 외골격 로봇의 도움을 받던 환자가 사망할 경우 누구 잘못으로 볼 것인지, 뇌와 컴퓨터를 연결한 브레인 컴퓨터 인터페이스에 문제가 생겨 사용자가 식물인간 상태가 될 경우에는 누구 책임으로 볼 것인지 논란이 될 수 있다. 환자들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여부의 문제도 포함된다.

이번 법안은 지난 2012년 법률·공학·철학·'인간 향상(human enhancement)' 등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EU '로보법 컨소시엄'이 작성했으며, 190만유로(약 25억27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U '로보법 컨소시엄' 의장인 안드레아 베르톨리니 이탈리아 산타나대 교수는 이번 법안이 유럽연합 의회에서 정식으로 통과되면 로봇을 통한 생산성 증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의 발언이 로봇이 그동안 의료기기나 진공청소기 등의 형태로 인간을 지원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보다 더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베르톨리니 의장은 "사정에 따라 로봇에 대해 조합과 같은 법적 지위가 주어질 것”이라며 “이는 로봇의 법률적 매매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에는 로봇 개발을 '지나치게 규제하는' 입법 활동에 대한 경고 및 주의도 포함됐다. 베르톨리니 의장은 "이번 법안은 실용적 효과와 구체적인 혜택과 관련된 새로운 로봇 관련 법률"이라면서 "아시모프의 소설에 나오는 '세 가지 로봇 준칙'이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과는 비교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