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얘기를 다룬 영화 '명량'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영화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들도 대박에 가까운 수익을 거뒀다. 전국에서 17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명량'은 이수창업투자·타임와이즈인베스트먼트·유니온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72억원을 투자받았는데, 이 VC들의 수익률은 약 110%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 영화의 흥행 성공이 잇따르자 투자 업계의 분위기도 한껏 고조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영화의 시장 규모가 1조원을 바라볼 정도로 성장한 만큼 펀드 수익률도 지금보다 더 좋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러진화살·7번방의선물 덕에

영화·콘텐츠 투자 업계의 효자는 명량뿐이 아니다. 지난 2012년 개봉한 '부러진 화살'은 캐피탈원·동문파트너즈 등으로부터 2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두 벤처캐피털의 수익률은 약 472%에 달했다. 관객 수는 345만명으로 '7번방의 선물'이나 '변호인'에 크게 못 미쳤지만, 제작비가 15억원으로 비교적 적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7번방의 선물'은 영화 펀드에서 35억원을 투자받아 316%의 수익을 남겼다. '과속스캔들'이 274%, '변호인'이 196%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수상한 그녀'(193%)와 '늑대소년'(180%), '광해'(175%) 등도 수익률 상위 영화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중소기업청 산하 기관인 한국벤처투자의 내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출자해 국내 벤처캐피털들이 운용 중인 영화 전용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해 왔다. 2011년까지만 해도 0.3%에 불과했던 이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이듬해 10.2%까지 올랐으며, 2013년에는 23.6%에 달했다.

한국벤처투자 관계자는 "2012년에는 '내 아내의 모든 것' '블라인드' 등에 대한 투자금 회수가 진행되며 수익률이 많이 올랐고, 작년에는 '7번방의 선물' '광해'의 투자금 회수 덕에 수익성이 크게 좋아졌다"고 말했다.

영화 펀드의 수익률이 높아진 이유는 한국 영화를 찾는 관객이 늘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영화의 매출액은 총 9099억원으로, 3년 만에 79% 가까이 늘었다. 9년 전과 비교하면 280%나 증가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개봉한 상업 영화(전국 관객 10만명 이상 동원한 영화) 가운데 정부 출자 펀드의 투자를 받은 영화는 86%가 넘었다. 그만큼 한국 영화 시장의 성장과 벤처캐피털의 수익률 간 상관관계가 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국내 상업영화의 80%는 펀드 투자 받아

영화 펀드들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벤처캐피털의 투자 규모도 점차 늘고 있다. 국내 상업 영화 가운데 정부 출자 영화펀드의 투자를 받은 작품은 2008년까지만 해도 56%에 그쳤으나 지난해엔 86.3%에 달했다.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털협회 전무는 "벤처캐피털 입장에서는 흥행에 성공하기 어려운 영화에 의무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없고 어떤 영화에 돈을 댈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데다 수익률도 계속 좋아지고 있으니,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투자하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중국 돈 유입…정부 투자 규모도 커져

올해는 한류(韓流) 열풍 덕에 중국 '큰손'의 자금도 들어온다. 한국벤처투자는 이르면 10월 중순 글로벌콘텐츠펀드2호의 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결성 금액은 최소 1000억원.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와 손잡은 한국투자파트너스, 그리고 중국 국책 펀드 차이나미디어캐피털(CMC)을 지원군으로 영입한 이상기술투자가 운용사 선정을 놓고 경쟁 중이다.

정부의 문화·콘텐츠 펀드 결성 규모는 작년에 비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에서 출자해 결성된 문화·콘텐츠 펀드는 총 7개로, 결성 금액은 1340억원이었다. 올해 결성됐거나 결성이 예정된 펀드의 규모는 18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