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과 국내 2위 인터넷포털 ‘다음’이 만나 10월 1일 다음카카오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국민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과 국내 2위 인터넷포털 ‘다음’이 만나 10월 1일 다음카카오로 새출발을 한다.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은 10년 넘게 국내 인터넷산업을 독식한 네이버의 대항마라는 점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벤처에서 모바일 공룡으로 성장한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시장의 입지를 바탕으로 결제부터 쇼핑, 뉴스, 콘텐츠에 이르는 시장을 싹쓸이 할 지도 모른다는 우력도 제기되고 있다. 다음카카오 출범을 앞두고 향후 과제와 문제점을 분석해본다.[편집자 주]

‘92와 20’

다음카카오의 현 주소를 알려주는 숫자다. 92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고 20은 인터넷검색 시장 점유율을 의미한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사실상 카카오톡이 독점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검색 시장은 70%가 넘는 점유율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네이버라는 거함이 버티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다음카카오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카오톡은 해외 가입자가 1억명 수준인데, 눈에 띄게 가입자가 늘지 않고 있다. 다음은 해외 진출을 위해 미국 인터넷포털 ‘라이코스’를 인수하는 모험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돈만 까먹고 2010년 인도 기업에 회사를 팔았다.

카카오와 다음이 하나로 되는 과정에서도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1995년 다음에 입사해 이번달 퇴사할 예정인 한 임원은 “지금의 혼란과 어려움이 사람과 조직이 섞이면서 해결될 것임을 믿는다”고 말했다.

◆ 네이버 못 이기면 ‘만년 2위’ 못 벗어나

다음카카오 수뇌부는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이 다음의 콘텐츠, 검색광고 네트워크, 기술과 결합,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은 시장에 미치는 검색 영향력도 문제지만 네이버와 기술이나 노하우 측면에서도 차이가 난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말한다. 실제 네이버와 다음의 인터넷검색 시장 점유율 격차는 50%포인트 이상이며, 검색 기술력 차이도 크다. 류한석 기술문화연구소 소장은 “검색 기술은 장기간의 투자와 고도의 기술, 수준 높은 인력을 필요로 하는데 다음은 10년 간 네이버만큼 검색에 투자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 역시 이런 아킬레스건을 극복하고자 검색 사업 강화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은 다음카카오 합병 발표 후 방송에서 나오는 음악을 찾아주는 ‘방금 그곡’, 단답형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바로 이거’, 비만 측정도 등 실생활 계산기 검색을 포함한 새로운 검색 기능을 잇따라 선보였다. 이미지 검색 서비스와 다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개편하는 등 검색 품질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 9월 기준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19.98%에 머물러 있다.

◆ 글로벌 플레이어 대비 열세…벤처 정신 잃고 밥그릇 싸움만 할 수도

다음카카오가 지금과 같은 내수용 기업에 만족하다가는 머지 않아 성장정체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톡의 가입자수는 1억4000만명 수준으로 미국 왓츠앱(7억명), 중국 위챗(6억명), 한국 라인(5억명)과 비교할 때 열세다.

카카오톡이 국내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당분간은 지금의 구조가 유지되겠지만, 급변하는 모바일 시장에서 언제 주도권을 빼앗길 지 모른다.

특히, 국내 가입자가 3700만명 이상으로 스마트폰 보급이 포화된 상태에서 더 이상 규모를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내수 시장에 집중하는 기업의 약점으로 꼽힌다.

다음카카오는 작은 회사인 카카오가 큰 회사인 다음을 \흡수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어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카카오가 과거처럼 빠른 의사결정 체계와 조직문화를 꾸려갈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전혀 다른 조직 문화를 가진 두 기업의 결합이 불협화음 없이 원만히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평가다.

카카오는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물론 게임 플랫폼 사업과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카카오스토리 등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다음의 경우 SNS ‘요즘’으로 실패했고,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도 한때 카카오톡과 경쟁했지만 지금은 존재감이 없는 상태다. 이처럼 1등의 추진력과 만년 2등에 길들여진 두 조직이 융합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카카오는 600명 규모의 카카오가 사실상 2600명 규모의 다음을 흡수하는 형태다. 회사의 덩치를 불린다는 측면에서 인력, 자금은 유리해질 수 있지만 중요한 사업결정을 내리거나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비대해진 조직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다음카카오 경영진은 카카오 중심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고, 팀장급 18개 보직 중 절반 이상을 카카오 출신이 맡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칭도 다음에서 쓰던 ‘님’ 대신 카카오에서 쓰던 영문 이름을 택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주축 멤버가 30대, 다음은 40대로 연령대도 맞지 않는다”면서 “다음카카오가 카카오 중심으로 조직을 운영하면 자연스럽게 경험 많은 다음 임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