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치러진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결승전에서 우리나라는 왼손 투수들을 주축으로 내세웠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도 좌완 류현진과 김광현이 우승을 이끌었다. 야구계에서는 "왼손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와라"는 말이 있다. 왼손 투수는 희소성이 커서 상대 타자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 사람은 90%가 오른손잡이다. 왜 인간은 오른손잡이가 많을까.

◇의사소통 발달로 오른손잡이 진화

화석 연구에 따르면 인류의 조상은 200만년 전부터 오른손잡이였다고 한다. 멸종한 인류의 사촌인 네안데르탈인도 3만2000여년 전 오른손잡이였던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지금까지 정설(定說)은 인간은 언어가 발달하면서 오른손잡이가 됐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오른쪽과 왼쪽으로 나뉜다. 오른쪽 뇌는 몸의 왼쪽을 관장하고 왼쪽 뇌는 오른쪽 몸을 담당한다. 언어 영역은 좌뇌에 있다. 언어가 발달하면서 자연히 좌뇌가 관장하는 오른손의 움직임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어가 발달하지 않은 동물은 사람과 달라야 한다. 하지만 미 에모리대 빌 홉킨스(Hopkins)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침팬지와 고릴라, 보노보 같은 인간과 가까운 영장류도 오른손잡이가 대세다. 홉킨스 교수는 이런 모순을 "언어 이전에 손동작이 이미 의사소통 수단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침팬지의 좌뇌에는 인간의 언어 영역과 비슷한 곳이 있는데 오른손잡이 침팬지는 이 부분이 발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영장류에서도 언어와 같은 손동작을 관장하는 좌뇌가 발달하면서 오른손잡이가 대세가 됐다는 말이다.

◇오른손·왼손잡이 결정하는 유전자

뇌보다 더 근본적인 요인, 즉 유전자가 오른손잡이를 결정한다는 주장도 있다.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대학의 피터 헤퍼(Hepper) 교수는 임신 12주차에 태아가 오른손을 더 자주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때는 몸동작이 뇌의 통제를 받기 전이다. 뇌 이전에 유전자에 각인된 정보가 오른손을 선택하도록 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3만3000명의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PCSK6'라는 유전자가 어느 쪽 손을 더 잘 쓸지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이 유전자는 몸 안의 기관들이 어느 방향으로 더 많이 자랄지 결정한다. 결국 몸의 기관들이 한쪽으로 자라면서 오른손잡이, 왼손잡이도 결정된다는 말이다.

환경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왼손잡이로 태어난 아이가 부모의 교육에 따라 오른손잡이가 되는 경우가 많다. 동물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호주 뉴잉글랜드대의 레슬리 로저스(Logers) 교수는 부화 과정에서 한쪽에 햇빛을 받은 병아리는 오른쪽 눈으로는 먹이를 찾고 왼쪽 눈으로는 천적을 경계할 수 있지만, 어둠 속에서 부화한 병아리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소수 왼손잡이 있어야 집단에 유리

그렇다면 인간 사회에서 소수(少數)의 왼손잡이는 왜 존재하는 것일까. 스웨덴 스톡홀름대 스테파노 걸란다(Ghirlanda) 교수는 게임 이론에서 답을 찾았다. 물고기는 떼를 지어 천적에 대항한다.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있을 때 잡아먹힐 위험이 더 감소하기 때문이다. 물고기 떼가 오른손잡이처럼 오른쪽으로만 회전하는 것도 무리를 지어 함께 움직이기 위해서다. 그런데 소수가 왼쪽으로 움직이면 어떨까. 걸란다 교수의 시뮬레이션으로는 물고기의 대부분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므로 천적도 그쪽을 쫓아간다.

결국 물고기는 다수가 한쪽으로 움직여 수의 효과로 위험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소수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천적의 의심을 받지 않고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집단으로선 최선책과 차선책 모두를 확보한 셈이다. 왼손잡이는 어쩌면 인류의 생존을 위한 히든카드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