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기준 중소기업은 전체 사업체의 99.9%를 구성, 전체 고용의 87.7%를 담당하고 있다.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하다. 대기업 못지않은 기술력과 전문성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활약하는 강소 기업을 발굴해 소개한다. [편집자 주]

18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이모 서울 사무소에서 만난 홍정은(36) 전무는 "앞으로 3년 내 매출 1000억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가발은 더 이상 대머리 아저씨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저도 특별한 날엔 머리를 띄우는 탑피스(부분가발)를 쓰기도 합니다.”

국내 최대 가발 업체 하이모에서 영업전략을 책임지는 경영인은 탈모와는 상관이 없을 것 같은 30대 여성이다. 홍정은(36) 전무는 조선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탈모 인구가 증가하면서 한때 사양산업이라 여겼던 가발 산업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며 “3년 내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홍 전무는 창업주인 홍인표 하이모 회장의 차녀로 현재 영업본부를 맡아 새로운 고객군 발굴에 몰두하고 있다. 가발이 단순히 대머리를 가리는 제품이 아니라 언제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미용제품이라는 점에 착안해 전략을 짜고 있다.

홍 전무는 외국에서 경영학석사 과정을 마친 후 2007년 하이모에 차장으로 입사해 부장, 이사, 상무를 거쳐 전무로 승진했다. 인터뷰 내내 중저음 목소리로 똑 부러지게 설명을 하면서도, 여성스러운 부드러움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이모의 지난해 매출액은 642억원으로 국내 가발 업체 중 1위다. 1987년 우민무역이라는 가발 수출 회사로 출발해 1999년 지금의 상호로 변경, 맞춤 가발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가발은 1970~1980년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상품이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기성 제품이 대다수였다. 홍 전무는 “가발에 상표를 붙이고 전문 회사를 차린 것은 국내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홍 전무와 일문일답.

-맞춤 가발에 특화해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버지(홍인표 회장)는 하이모를 설립하기 전 무역상사에 다니셨어요. 1980년대 중반 시장조사를 위해 일본에 자주 가셨는데, 맞춤 가발 시장 규모가 꽤 컸다고 해요. 당시 우리나라에는 상표 없는 저가 가발 일색이어서, 맞춤 가발을 국내로 들여와 창업하기로 하셨죠.”

-국내 업계에선 1위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인데.

“출발은 늦은 편이지만, 기술력에서는 앞서갔어요. 2001년 개발한 3D 입체 스캐너가 대표적인 사례죠. 3D스캐너가 두상 모양과 탈모 진행 상태를 촬영하면, 공장에서 그 자료를 바탕으로 맞춤 가발을 만듭니다. 이 기술이 도입되기 전에는 가발 제조 과정이 복잡했어요. 손님 머리 위에 비밀을 씌워 테이프를 촘촘하게 붙이거나 촛농 비슷한 질감의 재료를 녹여 두상 본을 떠야 했죠. 3D 스캐너는 해외 수출까지 이어졌어요. 주요 수출처는 아트네이처와 아데랑스라는 회사였는데 일본 가발업체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업체들이죠. 후발주자 제품이 선진 시장에 들어간 것이니, 역수출이라 할 수 있겠죠.”

-가발의 품질을 결정짓는 요소.

"자연스러움이에요. 다른 소비재와 달리 가발은 티가 안 나는 것이 관건이죠. 하이모는 인조섬유를 만드는 일본 화학회사에서 재료를 독점 공급받아 인조 머리카락 '넥사트'를 개발했어요. 넥사트는 사람의 머리카락과 모양과 질감이 흡사하면서도 관리가 편하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형상기억 모발이라고도 불리는데, 손질을 한 그대로 모양이 고정됩니다."

-사람의 진짜 머리카락은 어느 정도 들어가는지.

“인모(人毛) 100%로 만든 가발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 같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비가 오면 머리카락이 축 처지는 것처럼, 인모 가발은 햇빛 등 외부 환경에 취약합니다. 인모와 인공모를 6 대 4 정도로 섞어 주면 힘세고 오래가는 가발이 완성되죠.”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모발이식 수술이나 탈모약 시장도 커지고 있는데, 위협을 느끼지는 않는지.

“짧은 시간 내에 가발만큼 확실한 효과를 내는 수단은 아직 없어요. 모발이식수술은 가발의 2~3배 비용이 드는데 효과나 비용 면에서 가발보다 못합니다. 수술할 때 고통도 클뿐더러 수술 성공률도 낮죠.”

-최근 주력하는 상품은.

“초기 탈모 가발로 출시된 ‘이지헤어’에요. 가발이 번거롭고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2, 30대를 겨냥한 제품입니다. 탈부착이 간편한 것이 특징이죠. 앞머리 라인을 따라 머리가 빠지는 ‘M자형’ 탈모를 겪는 젊은 층이 대상입니다.”

-초기 탈모를 겪는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데.

“전체 소비자 중 85%가 남성인데, 이 가운데 2030세대가 30%를 넘어섰어요. 가발업 특성상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발은 한 번 써본 사람이 계속 쓰기 때문이죠. 우리나라 정서상, 대머리였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가발을 쓰고 달라져 보이는 것을 아직은 꺼리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가발 산업 규모는.

“정확한 규모는 잘 모릅니다. 탈모약, 가발 등을 합친 탈모 관련 제품 시장 규모는 약 4조원가량입니다. 미국에서는 가발이 일상에 보편화됐어요. 학부모들이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줄 때, 가발을 휙 두르고 나가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래에는 가발이 보편화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선두 업체로서 전체 가발 시장 규모를 키우는 데 주력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