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삼성전자의 신제품 공개 행사 '삼성 언팩'에서 신종균 IM부문장이 스마트폰 '갤럭시S4'를 소개하고 있다.

‘미스터 갤럭시는 왜 모습을 감췄나.’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신종균 인터넷·모바일(IM)부문장(사장)이 이번 달 ‘갤럭시 노트4’, ‘갤럭시 노트 엣지’, ‘기어S’, ‘기어 서클’, ‘기어 VR’ 등 주요 전략 제품 발표에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신 사장은 지금까지 주요 제품을 공개하는 행사에는 언제나 참석해 제품의 우수함과 혁신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해왔다. 신 사장 가는 곳에서는 항상 삼성의 성장을 이끈 전략제품이 발표됐다. 2010년 3월 ‘갤럭시S’, 2010년 9월 ‘갤럭시탭’, 2011년 10월 ‘갤럭시 노트’ 발표 때마다 이어졌던 ‘규칙 아닌 규칙’이다.

하지만 이달 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신제품 출시 행사 ‘삼성 언팩’부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됐다. 이돈주 전략마케팅실장(사장)이 신 사장의 역할을 대신 맡았다. 이달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수년새 IT(정보기술) 업계에선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제품을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 등 소비재 영역은 특히 그러하다. 기업이나 제품의 ‘인격화된 모습’으로써 CEO가 가지는 신뢰도나 파급력 때문이다. 시스코 등 B2B(기업 간 거래) 위주의 기업들도 CEO 이하 임원들의 발표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언팩’ 같은 주요 신제품 발표에 주요 임원들이 발표자로 나서면 말하는 방식부터 행동과 의상까지 코치하는 전문가를 투입할 정도로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이날 제품 발표행사는 ‘삼성의 쉼없는 혁신 의지’를 보여주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3차원적’ 디스플레이가 어떤 것인지 보여준 갤럭시 노트 엣지를 비롯해 애플의 ‘애플워치’에 대항해 스마트워치의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는 기어S, 가상현실까지 영역을 확대한 기어VR 등의 면면이 그러했다. 이들 제품에 ‘새로움’, ‘혁신성’, ‘멋’, ‘대단함’ 등 이미지를 부여하는데 신 사장이 나오지 않아 무게감이 다소 떨어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업계 안팎의 얘기를 종합하면 신 사장의 불참 이유로 세 가지 해석이 나온다. 먼저 신 사장이 앞으로 직접 얼굴을 비추기보다 전체적인 ‘판’을 조망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9월 초 삼성전자 신제품 공개 행사 불참에 대해 “IM부문 수장이 (신제품 공개 행사가 열리는) 어느 한 군데를 택해 해외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기보다는 한국 본사에서 글로벌 제반 상황을 직접 진두지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신제품 마케팅 전략이 일부 바뀌었다는 견해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 도시를 정해 특정 이벤트를 통해 신제품을 공개하는 것보단 전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행사를 열고, ‘융단폭격’ 식으로 제품 노출을 꾀하기로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이다. IM부문장이 직접 나서기보다 제품 자체를 부각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무선사업부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신 사장이 언론 노출을 꺼린다는 분석도 나온다. 동양증권은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IM부문의 매출이 전년동기와 비교해 31%,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66%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적 악화에 대한 전망이 계속되면서 제품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아야 하는 신제품 행사에 자신이 참석할 경우 오히려 사업 여건 악화에 대한 기사가 쏟아질 것을 우려한 나머지 노출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