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생명’인 금융산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정보유출 사건 등 올들어 연이어 터진 각종 금융사건들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감독기관의 감독 효율성과 소비자 보호 노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23일 금융연구원(KIF)이 개발해 처음으로 발표한 'KIF 금융신뢰지수'에 따르면 일반인의 금융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가 89.5점에 그쳐 기준선인 100점을 밑돌았다. 금융산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KIF 금융신뢰지수는 ‘금융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를 묻는 항목과 금융산업 신뢰에 영향을 주는 9개 세부 항목 등 10개 설문조사 항목으로 구성됐다. 설문조사 내용을 BSI(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기준으로 환산해 지수가 100이면 ‘중립’, 100보다 크면 ‘긍정적’, 100보다 작으면 ‘부정적’으로 해석한다. 이번 금융신뢰지수 집계를 위한 설문조사는 한국갤럽이 담당했으며, 지난 8월28일부터 9월4일까지 7일간 전국 만 19세 이상 일반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금융감독기관 감독 효율ㆍ소비자 보호 평가 '부정적'…정보유출·KB사태 등 영향

우리나라 금융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대답한 비율이 33.0%로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인 18.0%의 두배에 가까웠다. 보통이라고 평가한 비율은 49.1%였다. BSI 환산 점수는 89.5점으로 기준선인 100점에 미치지 못했다.

9개 세부 항목 평가에서는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평가가 가장 나빴다. 금융감독기관의 금융회사 감독에 대한 질문에는 부정적 의견의 비율이 63.2%에 달했다.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은 8.3%에 불과했다. BSI 환산 점수는 61.3점으로 9개 세부 항목 가운데 최하위였다.

금융감독기관의 소비자 보호를 위한 노력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됐다. 부정적 답변 비율은 54%였고, 긍정적 답변 비율은 17.1%였다. BSI 기준 환산 점수는 74.3점으로 설문 조사 9개 항목 가운데 7번째다.

금융정책과 제도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었다. 우리나라 금융제도의 공정성과 합리성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부정적 답변이 45.5%, 긍정적 답변이 12.1%였다. BSI 기준 환산 점수는 77.9점으로 9개 항목 가운데 4위였다. 정부의 금융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이 50%를 차지했고, 긍정적 의견이 15.2%에 그쳤다. BSI 환산 점수는 76.1점으로 9개 구성 항목 가운데 5위를 기록했다.

금융회사 고객 서비스·직원 신뢰도도 낮아

금융회사의 고객 서비스가 그나마 보통 수준으로 세부 항목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긍정적(31.7%) 응답이 부정적(36.4%) 응답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BSI 기준 환산 점수는 96.6점이었다. 금융회사 직원에 대한 신뢰를 묻는 질문에는 부정적(37.5%)이라 답한 비율이 긍정적(24.1%)으로 답한 비율보다 높았고, BSI 기준 환산 점수는 90.5점을 기록해 2위였다. 국내 금융회사의 경영상태에 대해서는 부정적(50.1%) 답변이 긍정적(12.8%) 답변을 크게 앞섰고 BSI 기준 환산 점수가 75.8점으로 전체 항목 가운데 6위였다.

개인 체감 경기와 국내 경기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었다. 6개월 전 대비 개인 경제사정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30.5%로 긍정적인 답변 비율인 9.2% 보다 크게 앞섰다.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았다'고 답한 비율이 전체의 60%로 가장 높았다. BSI 환산 점수는 85.6점이었다. 반면 6개월 전 대비 국내 경기에 대한 판단에서는 부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55.1%,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9.2%였다. BSI 환산 점수는 68.9점이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도가 낮게 나타난 데에는 감독기관 효율성과 소비자 보호에 대한 낮은 신뢰가 상당히 작용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최근 벌어진 KB사태와 정보유출, 불완전판매 등 일회성 사건도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향후 지수는 반등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되지 않도록 감독체계를 선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연구원은 앞으로 금융신뢰지수를 연 2회씩 정기적으로 측정해 금융산업에 대한 신뢰도 추이를 파악하고, 금융업 발전을 위해 정책 개발에 활용하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