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도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 사업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희귀병인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색경화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호소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세계적 열풍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오히려 역(逆)주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용익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루게릭병 등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 사업’ 내년 예산을 올해 297억원보다 30억원 줄인 267억원으로 편성했다. 2013년 315억원에서 올해 297억원으로 18억원이 삭감된데 이어 내년에는 267억원만 배정된 것이다.

희귀난치성 지원사업 예산 현황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지원 사업은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300% 이하(3인가구 기준 월소득 378만원)인 저소득층 환자에게 의료비와 간병비, 호흡보조기 대여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34종의 희귀난치성질환자 2만5800여명이 혜택을 받았다. 현재 우리나라에 희귀난치성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은 약 50만명(1200여종 질환)으로 추산되며 대부분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희귀난치성질환은 병의 원인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거나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아 의료비에 대한 부담이 크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지난해 미국에서 루게릭병의 치료법을 개발하고 환자들을 돕자는 취지로 얼음물을 뒤집어쓰거나 100달러(약 10만원)를 기부하는 방식의 캠페인이다. 우리나라도 유명인사 400여명이 참여하면서 크게 유행했으며, 박근혜 대통령도 기부금을 내는 방식으로 캠페인에 동참했다.

김용익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겉으로 희귀난치성질환자를 위하는 것처럼 아이스버킷 챌린지 캠페인에 동참해놓고 오히려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며 “정부는 처음으로 복지예산이 30%를 넘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취약계층과 서민을 위한 예산이 줄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