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對) 중국 수출은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0~2008년 연평균 22.1%나 증가했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후인 2009~2013년에는 평균 13.9%로 둔화하더니 급기야 올해 들어서는(1~8월) 1.5% 감소세로 전환했다. 올해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 연속 줄어든 결과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제품을 수출한 이래 연간 수출 실적이 처음으로 감소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이 같은 대 중국 수출 부진에는 우리나라가 중간재를 중국에 공급하면 현지에서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 수출하는 한국과 중국간 분업 구조가 깨지고 있는 게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자체가 둔화된 것 영향도 있지만 중국이 한국의 기술력 수준에 올라선 품목들을 자국 생산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석유화학 IT 기계 부문이 두드러지고 있다.

조규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중간 기술 격차 축소로 양국간 분업구조가 변화하며 중국의 수입 수요가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중국 내수시장 공략 방안과 아세안 중동 등 신시장 공략을 통한 수출지역 다변화 노력 등으로 중장기적인 중국의 교역구조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중국, 원자재·중간재 자국 생산으로 대체 늘어 '비상등'

우리나라의 총 수출에 대한 대 중국 수출의 기여도는 2000~2008년 평균 3.9%포인트였으나 2009~2013년에는 평균 2.6%포인트로 둔화됐다. 올해는 -0.4%포인트로 곤두박질쳤다. 미국 유럽연합(EU) 아세안 등으로의 수출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대 중국 수출이 총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6.1%로 여전히 2위인 미국(11.1%)을 크게 웃돌고 있지만 올해 1~8월에는 24.8%로 미국(12.0%)과의 차이가 좁혀졌다. 대 중국 원자재와 중간재 수출이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이 포함된 원자재 수출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다. 대중 수출의 33.6%를 차지하는 원자재 수출 증가율은 2009~2013년 연평균 11.5%에서 올해 -8%로 떨어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특히 석유제품의 경우 석유와 역청유, 경질석유와 조제품, 벤젠, 에틸렌 등은 우리나라로부터 수입이 줄어든 반면 베네수엘라, 러시아, 대만 등으로부터의 수입은 늘었고 수출액이 감소한 품목들에서는 수출가격이 하락한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대중 수출의 61.1%를 차지하는 자본재 수출 증가율은 금융위기 후 15.8%로 비교적 양호한 수준이었으나 올해는 1.8%로 급격히 둔화됐다. 또 중간재 수출의 경우, 반도체 수출 증가 등의 영향으로 부품 수출이 9.8% 늘었으나 반가공품 수출이 7.8% 감소해 올해 1~7월 누적 대중 중간재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0.7% 증가에 그쳤다.

이러한 변화가 일시적인 게 아니라 추세적인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예전과 같은 대중 수출 규모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대중 수출 비중이 높고 중국의 자급률이 올라가고 있는 석유화학, IT, 기계 부문 수출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중국 내수·서비스 시장 공략해야…한중 FTA 체결도 과제

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중국지역본부는 대중 수출 전략을 소비재, 서비스 시장 등 내수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들이 내수기반 성장과 중산층 구매력 증가로 빠른 성장이 예상되는 중국 소비시장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중국의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알리바바를 통해 우리나라 중소기업 제품 판매에 나서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트라는 구체적 공략산업으로 '두 자녀 허용'에 따른 엔젤산업(유아∼초등학교 어린이를 수요층으로 하는 사업), 자유무역구 확대에 따른 서비스산업, 공공안전 강화정책에 따른 식품·의약품 산업, 생태문명 강조에 따른 에너지 절감·환경보호산업 등을 꼽았다. 또 금융업, 실크로드·변경무역, 농기자재, 문화콘텐츠 산업 등도 유망업종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연내 타결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 FTA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더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