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향후 5~10년간 5%대 이상 성장을 기대한다면 최상위 계층에 대한 누진세율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세수를 늘려 공교육에 투자해야 합니다."

19일 방한한 토마 피케티(Piketty·43) 파리경제대 교수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한국은 '소수 엘리트'에 편중된 사교육 지출을 줄이고, 모든 사람에게 고품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피케티 교수는 "한국에서는 지식 기반을 확대해 생산성을 높이고 경제 성장을 유도하는 것이 소득 불평등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권고했다. 그는 "지난 수십 년간 한국은 최상위 소득 계층에 대한 한계세율을 낮춰왔으며 이에 따라 부자들이 늘어나면서 불평등 수준이 미국보다는 덜하지만, 유럽이나 일본보다는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21세기 자본’의 저자인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가 19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강연하고 있다.

피케티 교수는 지난해 '21세기 자본'이라는 책을 출간하면서 "150년간 자본주의가 발달하면서 돈이 돈을 버는 자본소득이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보다 더 많기 때문에 불평등이 확대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고소득층에 최고 한계세율이 80%에 달하는 누진세와 글로벌 누진적 자본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세계 경제학계에 '피케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주장에 대해 반(反)피케티 진영은 "불평등은 성장의 동력이며, 지나친 세금은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하고 경제성장률을 감소시킨다"고 맞서고 있다.

"저를 반대하는 학자들은 이러더군요. '부자들에게 최고 80%의 누진세율을 매기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인 것 아니냐?'고 말이죠. 그러나 그들은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입니다."

그는 "어느 정도의 불평등은 경제가 성장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동의하며, 누진적인 글로벌 자본세도 국제적 합의가 없는 한 불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아무 성과 없는 기업 CEO들이 1000만달러씩 연봉을 받는 것은 정도가 지나치며, 불평등이 심화하면 민주주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수 경제학자들이 내 주장을 단순히 거부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케티 교수는 "연소득이 1억원, 10억원, 100억원인 사람에게 같은 세율을 부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최상위 소득 계층에 대한 한계 소득세율을 높이는 것이 불평등을 완화하는 해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에 대해서도 누진적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중요하며, 과세표준을 순자산으로 할 경우 90%가 넘는 사람들은 세금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