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최근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갤럭시 노트 엣지'의 광고 동영상에서 "갤럭시가 시작하면 세계가 따라온다" 등의 문구를 넣으며 자사의 혁신성과 새로움을 강조했다.

영국의 IT(정보기술) 기기 유통업체 클로브는 18일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 노트 엣지의 가격과 성능을 공개하며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클로브는 갤럭시 노트 엣지의 정확한 출시 일자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가격을 650파운드(110만원)로 표시했다. 독일 IT기기 판매업체 노트북빌링거와 아마존 독일도 예약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노트북빌링거가 책정한 가격은 999유로(130만원). 통상 100만원 미만인 갤럭시S나 갤럭시 노트 시리즈보다 가격이 높다.

이달 16일에는 영국을 시작으로 갤럭시 알파의 해외 판매에 돌입했다. 24일 캐나다에 이어 미국 시장 출시도 임박했다. 해외 IT 전문매체에서 비슷한 디자인을 한 다른 모델들의 사진이 게재되는 등 여러 파생 모델들의 출시도 예고됐다. 갤럭시S 보다 낮은 등급의 주력 제품으로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두 제품이 출시되면서 삼성전자 브랜드의 ‘얼굴’ 역할을 하는 고급 주력 모델은 4개로 늘었다.

이처럼 ‘얼굴’ 역할을 하는 고급형 주력 스마트폰을 다변화한 것은 최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포지셔닝 전략의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갤럭시 노트 엣지, 가격은 110만원

삼성전자의 주력 제품군은 기존 2개 모델에서 플래그십 4개 모델과 신흥국 전략 스마트폰 1개 모델로 늘게 된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주력모델 역할을 하는 모델을 ‘플래그십’이라고 부른다. 스마트폰 업체의 기술, 디자인 역량, 마케팅 능력 등을 제품 하나에 응축해 보여주는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통상 스마트폰 업체들은 대표 모델을 1년 정도 단위로 바꾼다. 스마트폰의 제품 주기로는 1년 정도가 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각국 이동통신사의 제품 출시 일정, 마케팅, 재고 및 공급망 관리, 디스플레이·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주요 부품의 발전 등을 고려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를 매년 4, 5월경에 발표하면서 그해 주력모델로 삼아왔다. 이 전략은 2011년 말 출시된 ‘갤럭시 노트’의 성공으로 바뀌게 됐다. 갤럭시 노트는 당초 다이어리 정도 크기에 PDA(개인휴대정보단말기)와 같이 메모 및 일정관리 기능을 강화한 틈새시장용 제품으로 기획됐지만, 대화면과 전자펜 ‘S펜’을 앞세워 큰 인기를 끌게됐다. 그리고 패블릿(태블릿PC와 스마트폰 중간형) 시장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갤럭시S 시리즈와 함께 플래그십 모델이 됐다.

올 상반기 들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과 점유율은 각각 하락했다.

◆‘새로움’ 부각 후 대규모 물량 공세 이어질까

문제는 주력 모델이 늘어나게 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제품 주기가 사실상 몇 개월로 줄어들게 되었다는 점이다. 갤럭시S 시리즈와 갤럭시 노트 시리즈의 ‘쌍두마차’로 플래그십 모델이 운용되면서, 제품 주기는 1년에서 6개월로 단축됐다. 갤럭시 노트 엣지와 갤럭시 알파 출시가 계속 이어진다면 앞으로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은 4~5개월에 한 번씩 출시되는 모양새가 된다.

제품 포지셔닝 전략은 ‘의도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 전략의 실패 가능성, 부품 수급 및 재고 부담 증대, 단일 모델 판매량 감소와 전반적 비용 증가에 따른 원가 상승의 문제를 잠재적으로 안고 있다.

주력 모델을 수시로 바뀌면서, 소비자들이 구형 모델에 대한 교체 욕구가 오히려 낮아지는 역설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 성능이 평준화되고 있는 마당에 수시로 등장하는 ‘최신 제품’에 대한 열망은 그만큼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단일 모델의 판매량이 감소하면서 부품 조달, 생산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여러 모델을 동시에 내놓으면서 마케팅 비용, 재고 비용도 늘어난다. 그 결과 경쟁 업체 대비 가격 경쟁력 하락과 수익성 악화가 야기될 수 있다.

갤럭시 노트 엣지와 갤럭시 알파가 소량 생산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태윤 스트래티직애널리틱스 수석연구원은 “갤럭시 노트 엣지와 갤럭시 알파는 삼성전자 ‘갤럭시’ 브랜드에 새로움과 혁신성을 부여하기 위한 모델”이라며 “소량 생산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몇 년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지켜오면서 삼성전자가 다소 평범하고 뻔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며 “애플이나 중국 업체들과 경쟁을 위한 이미지 개선용 제품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게 오 수석연구원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대규모 물량 공세를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과 HTC, 소니 등 경쟁업체를 대규모 물량 공세로 제압하고 시장을 장악해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업체들의 고급 스마트폰 시장 진입을 원천 봉쇄할 것이라는 얘기다.

가네코 토모아키(金子智朗) 브라이트와이즈 사장은 최근 니혼게이자이 기고문에서 “디지털 완제품 시장을 주력으로 삼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계속 유지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며 “풍부한 자금력을 활용해 점유율이 작은 신생 기업을 쫓아낸다는 1위 업체의 기본 전략을 채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다음달 공개하는 중가 전략 스마트폰은 중국 샤오미의 '레드미1S' 등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250달러 중가 전략폰 다음달 출시

신흥국 고급 시장을 겨냥해 250달러 전후의 전략모델을 내놓은 것도 중요한 변화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10월 250~280달러(27~30만원)대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M(가칭)’을 출시한다. 5인치 화면에 갤럭시 알파에 채택된 금속제 테두리를 채택해 디자인 요소를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신흥국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전략 제품을 내놓아 중국, 인도 등의 IT 업체의 성장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현지 스마트폰 시장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출시예정인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과 비슷한 성능을 갖춘 중국 샤오미의 ‘레드미1S’는 169달러(18만원)에 불과하다”며 “삼성전자 브랜드와 디자인만으로 신흥국 사용자들을 붙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이 관계자는 “2~3년 전이라면 프리미엄 폰 전략이 통했겠지만 지금은 신흥국 업체들의 제품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고 지적했다. 고가 제품으로 각국 시장을 장악한다는 삼성전자 특유의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