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 아이웰 대표

“아니…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벌써 5년 전이다. 애플의 ‘아이폰(iPhone)’을 처음 써보던 날, 침대에 누워 밤새도록 이것저것 눌러보며 신기해했다. 스마트폰은 그 정도로 충격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감정은 국내 통신사들과 휴대폰 제조사들에 대한 원망(?)이었다.

외국에서는 이 좋은 기계를 가지고 벌써 이렇게 여러 앱을 개발하며 저만치 앞서가고 있는데, 우리나라 회사들은 기계를 아예 못 들어오게 몇 년씩이나 막고 있었다니. ‘너무 한 것 아닌가‘, ‘이렇게 벌어진 격차는 누가 책임지려고’ 등등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폰 때와 비슷한 감동을 하게 하는 기계가 생겼다. 아마존의 전자책단말기 킨들(Kindle)이다. 사실 전자책 콘텐츠 제작업체 대표인 필자가 킨들을 이제서야 제대로 쓰기 시작했다는 것은 상당히 부끄러운 일인데, 나름 변명거리가 있다.

원래 필자는 전자잉크단말기(e-ink Reader)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편리한 것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귀찮게 휴대전화 말고 또 다른 기계를 들고 다닐 리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국내 모 회사에서 만든 전자잉크 단말기를 구매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도 한몫했다. 포장을 열고 전원을 켜서 조작을 해봤는데 잔상도 계속 남고 너무 이상하기에 고장난 기계인 줄 알고 회사에 전화했더니, 그게 정상이라고 대답했다.

다시는 그 기계를 사용하지 않았고, 동료들도 모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기계는 지금도 우리 회사 창고에 그대로 잠들어 있다. (물론 요즘 나온 기계들은 훨씬 좋으리라 믿는다.)

최근 킨들을 써보니, 이건 아이폰 이후 새롭게 맛보는 충격이었다.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이 여전히 걸음마 단계인 것은 킨들이 없었기 때문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월등한 단말기였다. 스마트폰 독서와는 비교도 할 수 없고, 개인적으로는 종이책으로 읽는 것보다도 훨씬 좋은 느낌이었다. 킨들은 자꾸 꺼내서 뭔가를 읽고 싶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있었다. 그래서 요즘 다시 독서량이 확 늘었다.

아마존의 한국 진출이 임박한 것 같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조선비즈에서 킨들용 콘텐츠서비스 ‘조선비즈k(킨들을 주고 프리미엄뉴스와 정보, 전자책 등을 계속 보내주는 멤버십서비스)’를 개시한다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국내에 킨들이 10만대 정도만 깔려도 출판시장 점유율 2%에 불과한 국내 전자책 시장은 크게 달라질 것 같다. 50만대 100만대가 깔린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킨들이 성공하면 교보문고 샘과 한국이퍼브 크레마, 인터파크 비스킷 등 국내 단말기들에도 더 큰 성장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아이폰 이후 국내 스마트폰들이 활황을 맞은 것처럼. 오랜만에 만난 남다른 아우라(AURA)를 지닌 기기 킨들이 국내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얻을지 무척 궁금하고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