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재산형성저축펀드(재형펀드)의 97%(68개 중 66개)가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인 자투리펀드로 전락했다. 실제로 금융상품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셈이다.

재형펀드는 지난해 3월 근로자와 영세자영업자의 재산형성을 돕기 위한 비과세 금융상품으로 출시됐는데, 올해 3월 소득공제장기펀드(소장펀드) 출시 이후 자금 유입액이 큰 폭으로 줄면서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실제 자금이 들어온 재형펀드는 작년 44개(64%)에서 올해 전체는 27개(39%)로 급감하고 있는 중이다.

18일 제로인에 따르면 현재 운용되고 있는 재형저축펀드는 모두 68개로 2013년 3월 이후 12월까지 10개월간 총 650억원이 순유입된 반면, 2014년 1월부터 9월까지 9개월간 225억원이 유입됐다. 재형펀드 자금 유출액이 크게 줄어든 것은 올해 3월 소장펀드 출시 시작부터다. 재형펀드는 지난해 매달 50억원 이상이 순유입됐으나 올해 3월 8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이후, 현재는 매달 25억~30억원씩 유입되고 있다.

개별펀드 별로 살펴보면 자금 유입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했다.

현재 규모가 가장 큰 ‘한국밸류10년투자재형(채혼)’(운용설정액 473억원)은 작년과 올해 각각 324억원, 138억원이 들어오며 덩치를 키웠는데, 전체 재형펀드 유입액의 절반이 이 펀드로만 집중되고 있는 셈이었다. 그 다음으로 규모가 큰 펀드는 ‘KB재형밸류포커스30자(채혼)’(82억원)으로 작년과 올해 60억원, 21억원이 유입됐다. 두 펀드는 설정 후 각각 10.4%, 7.3% 수익률을 내고 있다.

이 두 펀드를 제외하고 66개 펀드는 모두 설정액이 50억원 미만이며, 그 중 43개 펀드는 올해 단 한푼도 자금이 유입되지 않았다.

재형펀드는 연간 근로소득 5000만원 이하 근로자나 종합소득금액 3500만원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하는데, 장기간 목돈이 묶이고(7년 이상 투자시 이자 및 배당수익에 대한 세금이 없음) 중도환매시 세제혜택을 주지 않는 점이 서민 투자자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증권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 가입 기준(총급여 5000만원 이하)과 유지 기간(7년) 등이 비슷한 소장펀드와 비교했을 때도 수익률 면에서 좋은 편도 아니었다. 지난 3개월간 소장펀드는 3.35%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재형펀드는 2.15% 수준이었다.

재형펀드 수익률은 해외펀드에서 편차가 특히 심했다. ‘프랭클린재형미국인컴자(주혼-재간접)’(설정액 12억원), ‘미래에셋재형글로벌그레이트컨슈머자 1(채혼)’(설정액 14억원) 등 해외 선진국 펀드는 설정 후 각각 16%, 11% 수익을 내며 선전하고 있었으나, 중국 및 이머징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들은 마이너스 수익률에 허덕이고 있었다.

‘동양재형차이나본토주식자H호(주식)’,’ 삼성재형차이나본토자 1[주식]’가 작년 3월 설정 이후 7% 넘는 손실을 기록 중인 가운데, ‘KB재형이머징국공채인컴자(채권)’,’ 하나UBS재형글로벌이머징국공채자[채권-재간접]’, ‘KDB차이나스페셜A주재형저축자[채혼]’ 등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 재형펀드 68개 펀드 중 11개 펀드가 설정 후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