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13개의 스팩이 코스닥시장에 상장됐거나 혹은 상장을 준비 중이다. 작년 한해동안 상장한 스팩이 2개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증가세다.

전문가들은 그간 스팩의 합병 성공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 때문에 올해 상장한 스팩들 또한 파트너를 찾지 못하고 상장폐지되는 것 아니냐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스팩은 증권사 입장에서는 무위험 투자법이다. 인수·합병한 회사가 우회상장에 성공하면 자본금 평가차익 등을 벌 수 있고, 설령 합병 대상 기업을 찾지 못한 채 해산하더라도 공모를 통해 무조건 2배에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다. IB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우회상장시킬 대상을 찾기보다는 스팩을 상장시키는 것 자체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올 들어 13개 스팩 증시 입성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달 들어 스팩 신규 상장 예심 신청서를 낸 증권사는 총 4곳이다. KB제4호스팩·KTB스팩1호·교보위드기업인수목적·현대에이블스팩1호 등 4개 스팩이 심사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중 특히 KB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들 가운데 최초로 4번째 스팩을 내놓았다. KB투자증권은 지난 2010년 1호 스팩을 통해 알서포트를 상장시킨 뒤 올해 들어서만 3개의 스팩을 내놓았다.

상장예심을 청구한 이들 스팩이 모두 심사를 통과한다면, 올 들어 증시에 입성하는 스팩은 총 13개가 된다. 지난해 상장한 스팩이 2개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큰 폭의 증가세다.

◆ 선데이토즈, 우회상장 후 400% 상승

이 같은 ‘스팩 열풍’의 뒤에는 과거 스팩에 인수·합병돼 우회상장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있다.

모바일 게임 ‘애니팡’을 개발한 선데이토즈는 지난해 11월 5일 하나그린스팩을 통해 우회 상장했다. 선데이토즈의 현재 주가는 상장 당시와 비교해 400% 가까이 올랐다. 시가총액은 6773억원으로, 앞서 증시에 상장한 네오위즈게임즈(4273억원), 위메이드(112040)(6661억원)를 능가한다. 하나대투증권은 선데이토즈가 상장에 성공하자 자본금평가차익·수수료와 자문료 등을 포함해 약 50억원의 이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선데이토즈 외에도 작년 11월 말 하이제1호스팩과 합병 상장한 디에이치피코리아가 57% 가까이 올랐다. 디에이치피코리아는 인공눈물을 제조하는 업체로,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 “스팩, 우회상장 못 시켜도 2배 이익 실현 가능”

다만 선데이토즈, 디에이치피코리아, 알서포트 등을 제외하면 성공 사례는 찾기 힘들다. 파트너를 찾지 못해 상장폐지됐거나 합병했더라도 주가가 부진한 편인 기업이 많다.

스팩이 인수·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더라도 증권사는 공모주 투자를 통해 2배에 가까운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점도 논란의 중심에 서고 있다. 공모가의 절반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우회상장시킬 대상을 찾지 못한 채 청산한다 하더라도 10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설립비, 인건비 등 제외).

한 증권사 IB 담당자는 “현금만 있는 깨끗한 스팩을 상장시키고 놔두면 나중에 우회상장을 하든 안 하든 투자한 만큼의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서 “증권사 입장에서는 스팩을 상장시키는 것이 무조건 득이 되기 때문에, 인수·합병 대상을 찾는 것보다는 스팩을 내놓는 것 자체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에 대해서는 어느 업종 내에서 유망주를 찾아보겠다는 계획은 게을리 하고 설립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