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모티브 부산 공장에서 직원들이 서스펜션용 쇼크업소버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3일 부산 기장군 S&T모티브 제2공장. 푸른색 상의의 작업복을 입은 직원들이 기계 사이를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며 생산 과정을 점검하고 있었다. 이 공장에서 만드는 것은 자동차 서스펜션(지면에서 받는 충격을 흡수해주는 장치)의 핵심 구성품인 쇼크옵서버(shock absorber). 전 세계 GM 공장에서 생산하는 준중형차 크루즈에는 모두 S&T모티브에서 만든 쇼크옵서버가 들어간다.

생산 과정은 언뜻 보면 매우 단순해보였다. 강철로 만든 원통 모양의 튜브를 로봇 팔이 옮겨가며 오일과 가스를 주입하고 마무리를 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초정밀 가공 기술이 필요하다. 박성현 경영지원본부장(이사)은 “쇼크옵서버는 승차감과 주행안전성을 좌우하는 장치라 마이크론(100만분의 1m) 단위의 정밀도를 요구한다”면서 “가스가 새면 안 되는 것은 물론 충격을 줬을 때 압축됐다 복원되는 정도가 매우 정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총 만드는 회사에서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으로 변신

S&T모티브는 S&T그룹이 옛 대우정밀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다. 총기류를 만들던 국방부 조병창을 대우가 인수해 대우정밀이 됐고, 이후 대우자동차에서 쓸 자동차 부품을 하나씩 개발하며 자동차 부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2006년 S&T그룹이 인수할 당시만 해도 이 회사 매출 대부분은 총기류와 한국GM으로 납품하는 자동차 부품으로 구성됐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 비중이 80%를 넘어섰고, 공급처도 다변화해 한국GM 비중은 30%대로 낮아졌다. 국내에 머물던 시각을 해외로 돌리며 GM 본사에 직접 납품 길을 뚫은 것이 적중해 성장을 이끄는 것.

S&T모티브는 현재 서스펜션은 물론 모터와 계기판, 에어백 등을 크루즈와 아베오, 스파크 등을 생산하는 전 세계 GM 공장에 납품하고 있다. 한국GM이 아닌 GM 본사에서 수주한 것이다. 과거 대우 계열이기 때문에 부품을 사다 쓰지 않던 현대·기아차도 최근에는 S&T모티브 부품을 쓰기 시작했다.

홍성진 홍보팀 차장은 “2009년 금융위기로 GM이 파산했을 당시 매출이 4000억원대까지 떨어졌지만, 올해 1조원을 목표로 할 만큼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꾸준히 해외 시장을 노크한 덕분에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1차 협력사 명단에 들어간 덕분”이라고 말했다.

◆ 한우물 판 기술력에 노사 협력이 쌍끌이 엔진

S&T모티브의 이런 성장은 총기류를 제작하면서 얻은 정밀 가공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쇼크옵서버를 비롯해 주력으로 삼는 모터 등 대부분 제품이 정밀 가공 기술이 필요한 것들이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연구비를 대주며 전기차의 엔진 역할을 할 모터를 개발해 달라고 맡길 정도다.

S&T모티브는 특히 자동차에 대한 구조적인 이해가 높은 것이 자사의 장점이라고 꼽았다. 현재 한국GM의 보령 변속기 공장은 과거 대우정밀 공장이었다. 단순히 부품만을 만드는 다른 부품회사와 달리 차량 개발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는 연구진들이 S&T모티브에 다수 남아있다. 홍 차장은 “차량 개발에 참여한 경험 덕분에 연구개발에 경쟁력이 있다”면서 “어려운 개발 의뢰가 들어와도 척척 해낼 수 있는 것은 모두 이들의 장인정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2008년부터 파업을 하지 않은 노사 협력도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 S&T모티브의 설명. 옛 대우의 강성 노조 문화가 그대로 남아있던 S&T모티브는 2006~2007년 45일 동안 직장폐쇄를 하는 등 노사관계가 최악이었다. 이 과정을 겪으며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는 한편, 전체 종업원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성과를 나누는 노력도 한 덕분에 더는 파업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김택권 S&T모티브 대표는 “회사문을 닫는 한이 있어도 무노동 무임금을 지키겠다는 원칙을 세웠었다”면서 “회사가 잘 되는 것이 직원에게도 좋다는 점을 믿게 해주고 실제 이 약속을 지키면 노사 화합은 자연히 이뤄진다”고 했다. 그가 대표이사로서는 드물게 분규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노조원들과 대치한 일화는 유명하다.

◆ 친환경차 시대에 더 많은 기회 얻을 것

S&T모티브는 요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친환경차 개발 경쟁과 연비 향상 경쟁에 필요한 부품을 개발하는 것.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S&T모티브는 올해부터 쏘울 전기차 구동모터를 기아차에 납품하기 시작했다. 전기차에서 기존 내연기관차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는 부품인 만큼 부가가치가 높다. 기아차는 내년부터 연간 5000대 이상(수출 포함)의 쏘울 전기차를 판매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기존 현대·기아 하이브리드차의 스타트 모터에 이어 전기차 구동 모터를 납품하면서 국내 친환경차 모터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자리를 굳히고 있다.

또GM 북미 공장에 8단 변속기용 오일펌프를 올해부터 납품하며 펌프 분야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열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의 연비 경쟁이 치열해지며 고단 변속기 전쟁이 시작된 상황. 현재 9단과 10단 변속기용 오일펌프도 개발 중이다. 홍성진 차장은 “변속기의 단수가 높아질수록 유로(기름이 흘러가는 길)의 폭이 좁아져 마이크론 단위의 정밀 가공 기술이 없으면 만드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테슬라(미국의 전기차 업체) 후속 모델 전기차에 쓰일 모터를 개발해 납품하는 것에도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