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를 도입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주요 카드사들이 합류하지 않아 서비스 확장에 차질을 빚고 있다.

카카오가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 ‘카카오페이’를 도입한 지 열흘이 지났다. 하지만 주요 카드사들이 합류하지 않아 서비스 확대에 차질을 빚고 있다. 카카오가 초반에 참여를 권한 9개 카드사 가운데 참여를 결정한 카드사는BC·현대·롯데카드 3곳뿐이다. 신한·KB국민·삼성·하나SK카드 등 주요 카드사들은 카카오페이의 보안과 활용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참여를 거부하고 있다. 카드사의 고유 사업영역이던 결제시장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카드업계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카드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보안이다. 카카오페이에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등록할 때 카드번호, 비밀번호 등 일부 민감한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데 카드 정보를 주면 고객 정보보호가 어려워진다고 카드사들은 경고한다.

카드 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와 KB국민 등 주요 카드사들은 최근 여신금융협회에서 회의를 갖고 카카오와 LG CNS에 제의할 사안을 모았다. 카드번호 대신 가상 카드 번호를 사용하는 방법과 카드결제부터 승인까지 전 구간을 암호화홰 보안을 강화한 ‘엔드 투 엔드’ 방식이 포함됐다.

현재 카카오페이에 적용된 LG CNS의 결제 솔루션 ‘엠페이(Mpay)’는 결제 정보를 암호로 만들어 사용자 스마트폰과 LG CNS 데이터센터에 나눠 저장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아직까지 카카오페이에 참여하지 않은 한 카드회사 관계자는 “아직 검증이 안된 새 서비스이다보니 검토할 부분이 많다”며 “참여 여부는 좀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회사들은 카카오페이의 활용 범위가 작다는 점도 참여에 소극적인 이유로 삼았다. 현재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선물하기’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데 구매 상품의 종류가 많지 않다. 여기에 개인 보유 신용카드가 줄고 있어 하나의 비밀번호로 최대 20개 카드를 결제하는 장점이 별로 눈길을 끌지 못하는 것도 이유로 작용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경제활동인구 1인당 보유한 신용카드는 3.7개로, 2012년 4.6개, 지난해 3.9개에서 꾸준히 줄고 있다. 지난해부터 잇따라 발생한 카드 정보유출 사고로 카드 1~2개를 집중적으로 쓰는 사용자가 늘면서 굳이 카카오페이에 여러 개의 카드를 등록할 필요를 못 느끼고 있는 것이다.

주요 카드사에서 나온 앱카드도 카카오페이와 똑같이 결제 비밀번호만 있으면 바로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모바일 결제시장의 주도권을 카카오에 뺏기지 않기 위해 견제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각종 카드사가 발급한 앱카드도 카카오페이처를 비밀번호만 있으면 바로 결제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카드회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신용카드를 여러 개 등록할 수 있다는 점을 빼고는 앱카드와 차별화되는 점이 거의 없다”며 “카드를 2~3개만 사용하던 사람이 기존에 사용하던 앱카드를 두고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