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패션위크 2015S/S(Spring/Summer)’의 의상 공식 관리 업체로 선정된 LG전자 ‘스팀팀(Steam team)’ 직원과 행사장을 찾은 참가자가 LG전자와 패션 디자이너 애쉴리 윌리암스(Ashley Williams)가 협업해 만든 의류 가방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만들던 국내 전자회사들이 패션에 눈을 뜨고 있다. 세계적인 패션회사들과 협업해 제품 성능 시연에 나서고, 제품에 개성을 더하고 있다.

LG전자(066570)는 이달 17일부터 무기한 영국에서 패션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디자이너 애쉴리 윌리암스와 손잡고 가방을 제작했다. LG전자는 이 가방을 영국 유명 백화점 존 루이스에서 LG 세탁기를 구매하거나 온라인 가전 매장 ‘에이오닷컴(ao.com)’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행사에 당첨된 고객들에게 증정한다. 이 회사는 이달 12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런던패션위크’ 행사의 공식 의류 관리 업체로도 선정됐다. 무대에 선보이는 의상을 관리하는 ‘스팀팀(steam team)’을 운영한다.

이달 말까지 국내에서는 LG ‘6모션’ 세탁기나 건조기를 구매하는 고객들에게 추첨을 통해 의류 구매권과 패션 본고장인 이탈리아 밀라노, 프랑스 파리, 런던 여행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삼성전자(005930)는 유럽이 아닌 미국을 공략 대상에 올렸다. 이달 4일부터 11일까지 뉴욕에서 열린 패션위크에서 웨어러블 기기 ‘기어S’와 스마트폰 ‘갤럭시노트 엣지’를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뉴욕 패션위크 공식 후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행사에서 이탈리아 의류업체 디젤과 제휴해 디자인한 제품을 공개했다. 기어S의 가죽 손목끈과 가상 현실 헤드셋 ‘기어VR’용 콘텐츠로 만든 디젤 패션쇼 영상을 공개했다. 이달 5일부터 10일까지 독일 베를린 가전박람회(IFA)에서는 명품 브랜드 ‘스와로브스키’와 ‘몽블랑’과의 협업해 만든 스마트폰 케이스를 발표했다.

뉴욕 패션위크에서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4 스와로브스키' 제품을 손에 쥐고 셀피를 찍고 있는 모델들.

패션과 거리가 멀었던 전자회사들이 패션과 손을 잡은 건 여성 소비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새 기술에 민감한 얼리아답터뿐 아니라 그간IT 기기와 다소 거리를 두던 여성 소비자에게 좀더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려는 마케팅 수단으로 패션을 선택한 것이다. 아이스 일데니즈 인텔 신기기 사업부 부사장은 “IT업계는 절대적으로 패션 업계를 필요로 한다”며 “패션 업계는 미학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이 어떻게 활용했을 때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안다”고 말했다.

패션 업계와의 협업은 명품 의류 브랜드를 추종하는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방법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영희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마케팅팀장(부사장)은 “모두가 갈망하는 브랜드가 되려면 패션업계 영향력자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워드 눅 삼성전자 웨어러블 디자이너는 “패션이야말로 차갑고 날카로운 인상이 강한 기술을 부드럽고 따듯하게 포장하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말했다.

패션 업계도 IT와의 융합에서 얻어가는게 많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처럼 들고 다니는 IT기기가 늘면서 이를 꾸미고 싶어하는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IT업계에 따르면 웨어러블 시장은 2020년쯤 17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 액세서리를 만드는 회사인 케이스 메이트와 협업하고 있는 디자이너 레베카 민코프는 “소비자들은 패션과 기술의 접목을 원하고 있다”며 “IT에 패션이라는 ‘문화 엔지니어링’을 덧붙인다면 서로가 ‘윈윈(win win)’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