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미노믹스〈키워드〉' 경영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재계 2~3세들이 기업 경쟁력 강화와 직원들과의 스킨십 강화, 배려형(型) 리더라는 이미지 효과 등을 노려 직장 내 여성 지원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경력단절 여성 재고용, 여성 인력 채용 활성화, 여성 간부 비율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신동빈 회장 지시로 육아 휴직자를 위한 복직(復職) 가이드책자 '기다립니다. 기대합니다'를 냈다. 워킹맘들이 복직을 할 경우 필요한 준비사항, 남편과의 업무분장 방법 같은 실용적인 내용을 담았다. 신 회장은 "직장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러분은 롯데의 가장 소중한 인재이자 자랑"이라며 직접 응원과 격려 메시지를 남겼다. 롯데는 최근 매년 신입사원의 35% 이상을 여성으로 선발해왔으나 올해는 4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왼쪽부터)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 사장.

지난달 28일 여성가족부와 함께 세종시에 '공동육아 나눔터' 1호관을 연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도 '위미노믹스'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 '공동육아 나눔터'는 3~5 가족별로 소그룹을 만들어 돌아가며 자녀를 돌보고 육아 정보도 공유하는 놀이 공간이다. 신세계그룹은 이 나눔터를 전국에 100곳 넘게 세울 계획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쌍둥이 아빠가 되면서 여성의 출산·육아 문제에 한층 관심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사회적 이슈인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회사가 사회적 책임을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혼자 사는 여직원을 위한 '여직원 홈 안심제도'를 최근 도입했다. 보안업체 ADT캡스와 제휴해 다세대주택·빌라처럼 방범(防犯)이 취약한 곳에 혼자 사는 여직원의 집에 열선감지기, 자석감지기 같은 보안 장치를 설치하고 위급 상황 발생 때에는 보안 업체가 출동하는 방식이다. 정 회장은 올해 초 직원들과 식사 자리에서 한 여직원으로부터 '여성 대상 강력 범죄가 급증해 불안하다'는 말을 듣고 회사 차원의 대책을 주문해 이 제도를 만들었다.

효성·금호타이어 같은 제조업종에서도 3세 경영자들이 여성 인력을 각별하게 챙긴다. 조현준 효성 사장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기획·관리총괄 부사장이 이에 속한다. 조석래 효성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은 사내에서 임신한 여직원을 우대하기 위해 '분홍색 사원증' 부여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 또 여직원들이 회사와 가정생활을 균형되게 병행할 수 있도록 '임신 출산기' '모성 보호기(출산~만1세)' '육아기(만 1~9세)' 등 주기별로 다양한 제도를 지원토록 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부사장은 여성 유방암 예방과 여성 건강 관심 제고를 목표로 '핑크리본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김성수 서울대 교수(경영학)는 "우리나라 여성 인력의 질(質)과 업무 열정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며 "재계 2~3세들이 출산·육아 장벽 때문에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데 적극 나서는 것은 지속가능 경영이란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위미노믹스(Womenomics)

'여성들(women)'과 '경제(economics)'를 합친 신조어.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소득이 늘어나면서 여성이 강력한 소비 주체이면서 경제·산업계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