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한 지 6개월이 지난 권오준 포스코회장이 구조조정의 칼을 휘두르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6월 재무적 부담을 이유로 동부 패키지(동부인천스틸과 동부발전당진) 인수를 거부한 이후 잇달아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고 있다. 수익 악화의 주범인 비주력 계열사 매각과 중복 사업 조정에 속도를 내 내실을 다지겠다는 권 회장의 의지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재무건전성에 집착해서 철강산업 수직계열화의 장점을 간과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흑자기업인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하기로 한 반면, 적자기업인 포스코플랜텍과 포스코엠텍 등의 매각엔 신중한 것에도 의구심을 보내는 시각도 있다.

지난 5월 19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에 열린 포스코 기업설명회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목표로 한 '신(新) 경영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지나친 M&A로 수익성 악화된 포스코

권오준 회장은 지난 3월 취임하면서 ‘철강 본연의 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개선’에만 집중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2008년 7조2000억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이 2013년 약 40% 수준인 2조9000억원대로 떨어지며 수익 창출에 빨간불이 켜진 탓이다. 전 세계적으로 철강 산업의 회복이 더딘 가운데 국내에서는 현대제철이 포스코를 위협하는 경쟁 상대로 떠올랐다. 국내·외 압박 속에 이대로는 포스코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권 회장은 판단한 것이다.

이 같은 부진은 포스코가 지난 5년간 외연 확장에만 집중해 재무적 부담이 커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임 회장 시절 포스코는 철강 부문은 물론 비철강 부문까지 대대적인 인수합병(M&A)에 나서며 덩치를 키워나갔다. 2007년 20여개 수준이던 포스코의 계열사 수는 2012년 71개로 늘었다.

결국 ‘권오준 호(號)’는 적자 경영을 면치 못하는 계열사를 차례로 정리해 수익성과 재무구조 개선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지난 5월 기업설명회에 참석한 권 회장은 “국내·외적으로 철강산업이 악화하고 있음에도 포스코는 지금까지 외형적 성장 전략을 유지해 재무구조가 악화하고 경영력이 훼손됐다”며 “배수진을 친다는 결연한 마음으로 내실 있는 성장으로 전환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 8월에만 사업부문 2개 정리…정리 대상 계열사 줄줄이 대기 중

포스코는 지난 8월에만 특수강과 백화점 등 2개 부문의 사업을 정리했다. 지난달 14일 포스코와 세아그룹은 포스코특수강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하기로 하는 등 상호협력을 강화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포스코는 이번 매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특수강 사업에서 손을 뗄 수 있게 됐다. 포스코특수강은 2011년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매년 줄고 있다. 2011년 영업이익은 1556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420억원까지 감소했다. 매출도 2011년에는 1조66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조3000억원으로 줄었다.

계열사 소유의 유통사업도 정리했다. 지난달 19일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던 경남 창원 대우백화점과 부산 대우백화점 센트럴스퀘어를 롯데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포스코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다이아몬드플라자 백화점도 롯데그룹에 넘길 예정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지분도 전량 처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에는 플랜트 부문을 구조조정 수술대에 올려놨다. 플랜트 부문 계열사인 포스코플랜텍은 이달 1일 조선·해양사업부를 축소하고 화공·철강 플랜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조선·해양사업부는 포스코플랜텍 매출의 15~20%를 차지하는 사업 분야다. 그러나 최근 적자 폭이 커지며 경영 악화의 주범으로 꼽혔다. 포스코플랜텍은 지난해 63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 상반기에도 4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우선 조선과 해양 부문에서 더는 수주를 받지 않을 계획이다. 인력 조정을 통한 조직 개편 작업도 나섰다. 지난달부터 12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1개월 무급휴직을 실시했고 일부 인력을 계열사로 파견할 방침이다.

포스코엠텍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철강 부원료 제조·제품포장 업체인 포스코엠텍은 새로 진출한 도시광산 사업에서 적자를 내고 있다. 포스코엠텍은 임원들로부터 일괄사표를 받았고 일부 지방 사업장의 규모를 줄였다. 일부 인력은 포스코와 계열사로 배치됐다. 포스코는 여기에 광양LNG터미널과 포스화인, 포스코-우루과이 등 계열사 3곳의 매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들 세 업체의 매각 규모가 약 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흑자기업은 팔고 적자기업은 품는 권오준식 구조조정

일각에선 권오준식 구조조정이 재무구조 개선에만 초점을 맞춰 경쟁력 확보는 뒷전으로 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흑자 기업은 매각하고 적자 기업은 살리려는 권 회장의 경영 방침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포스코특수강은 영업이익이 줄고 있지만, 흑자를 내는 기업이다. 포스코는 당초 포스코특수강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 했다. 포스코특수강과 세아베스틸의 사업 부문도 달라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포스코특수강은 스테인리스 특수강 전문 업체며 세아베스틸은 자동차용 봉형 강을 제조하는 회사다.

반면 포스코플랜텍과 포스코엠텍은 적자를 내는 기업이지만 매각보다는 자체 구조조정에 무게를 뒀다. 이 때문에 포스코특수강 노동조합이 회사의 매각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또 포스코는 이미 신규 투자를 줄여나갈 계획이다. 권 회장은 지난 5월 기업설명회에서 올해 투자비용을 지난해(8조8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줄인 5조6000억원으로 제한하고 2016년에는 투자 비용을 2조9000억원까지 줄일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