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작전이라고 하면 사채 자금과 조직폭력배, 부실기업, 미확인 정보가 특징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사채 자금이 아닌 일반 개인투자자가 납입한 자금이 활용되는 경우도 많으며, 부실기업이 아닌 번듯한 기업이 주가 조작 대상이 된다. 조폭이 아닌 멀쩡한 정통 증권맨(고학력의 애널리스트 등)들이 가담하고 있으며, 거짓 정보가 아닌 진짜 정보가 활용된다는 점도 달라진 점이다. 이 과정에서 증권사, 운용사 직원간의 끈끈함은 견고해지고 있다.

◆ 부실기업 솎아내자 우량주가 테마화…그 과정에 끼어든 정통 증권맨들

과거에는 주가 조작으로 구속된 일당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증권사 지점 직원이 끼어있을 뿐 대부분 재야의 투자자들이었다. 주가를 조작하는 트레이더도 증권사 출신이 있긴 했지만 대부분 고등 전문교육을 거치지 않은 ‘꾼’이 많았다.

하지만 2010년 전후로 감독 당국이 상장폐지 실질심사 제도를 만들고 주가 조작 감시를 강화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일단 사채업자들이 코스닥시장에서 사라졌다. 예전에는 코스닥기업 M&A(기업 인수·합병)를 시도하는 인물이나 주가를 조작하려는 일당에게 돈을 대주곤 했지만 적지 않은 기업이 M&A 이후 추가 부실이 발견되며 퇴출되거나 유상증자에 실패하자 자금을 대지 않게 된 것이다. 코스닥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수자는 대부분 추가 부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별 일 없을 것이라고 보고 매수하곤 하는데, 과거와 달리 예전에 있었던 부실 건으로도 퇴출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이 손해를 봤다”며 “이로 인해 전반적으로 M&A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수치상으로는 상장폐지 요건이 되지 않아도 퇴출될 수 있는 ‘실질심사 제도’와 함께 ‘유상증자 심사 강화’를 시장이 위축된 주요 요인으로 꼽는다. 과거에는 상장 후 유상증자를 해 돈을 모은 후 이 돈으로 빌려준 자금을 회수했는데, 유증을 쉽게 허가해주지 않게 되면서 코스닥시장 인수 이후 돈을 회수할 수 있는 길이 막힌 것이다. 이로 인해 2010년 전후로만 2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상장폐지됐다.

기존의 주가 조작 세력 일당이 사라지면서 생기게 된 첫번째 현상이 우량주에 대한 테마주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 증시 전문가는 “2010년 이후로 과거와 달리 우량주가 테마주가 됐다”면서 “안철수연구소(안랩), 아가방 등이 정치 대표 테마주가 됐고, 전기차 테마나 태양광 테마 등에서도 우량주가 많이 거론됐는데, 이는 부실기업에 대한 감시 강화로 투자처를 못 찾은 자금이 급속히 쏠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나오는 주가조작 범죄자들

이런 과정 속에서 과거에는 주가 조작을 쳐다보지도 않았을 증권사 애널리스트, 자산운용사 직원 등 ‘정통 증권맨’들이 테마주 투자에 참여하게 됐다고 일부 전문가는 말한다.

한 증권사 지점 직원은 “예전에는 담당 회계사만 잘 관리하면 퇴출되지 않았을 기업이 하루 아침에 실질심사 대상이 되며 쫓겨나게 됐다”며 “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투자자들이 우량주만 찾고 있고, 상대적으로 깨끗한 영역이었던 증권사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가 작전에 가담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직원은 또 “투자 종목이 호재 한방에 시원하게 올라가는 것을 경험하면서 일부 펀드 매니저가 차명계좌를 통한 투자에 욕심낸 것 같다”며 “그러다보니 사조직은 점점 더 끈끈하게 유지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10년 이후로 케이블 증권방송 전문가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경제지 기자 등이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과거에 비해 점점 더 넓은 영역에서 주가 조작 범죄자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검찰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사학연금 운용자 등이 가담한 주가 조작 적발을 계기로 다른 연기금 운용자에 대한 조사를 강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많은 그들만의 사조직이 적발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