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수 주거복지연대 전문위원

지난 9월 1일 정부는 주택시장 규제를 대대적으로 철폐한 ‘규제 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안정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임대소득 과세정책을 폐기하고 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했음에도 경기 회복 속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자 주택시장 거래를 활성화해 경기 회복를 앞당기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9·1 부동산 대책은 규제 완화의 폭이 넓고 광범위하다보니 주택시장에 일대 혼란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먼저 정부는 신도시 건설 근거인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택지개발촉진법은 지난 1980년 처음 도입돼 일산, 분당, 광교, 동탄 등 신도시 건설의 근거 법령이었다. 정부가 이 법을 폐지한다는 것은 앞으론 대규모 신도시를 개발하지 않고 신도시를 통한 대규모 주택 공급도 중단하겠다는 뜻이다. 또 LH의 주택공급을 줄이는가 하면 소형 평수 설치 의무 비율도 낮추고 의무 임대물량도 줄일 방침이다.

이 같은 정부의 주택규제 완화로 인해 서민을 대상으로 한 저렴한 주택공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실수요자, 서민의 주거안정이라는 정부의 근본적인 정책 원칙과 맞지 않다. 오히려 공급이 줄어들어 집값이 오를테니 투기꾼에게 준비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청약가점제 폐지와 1순위 기간 단축은 ‘무주택자에게 주택을 우선 공급한다’는 정책 기조와도 상반된다. 재건축 연한을 30년으로 단축한 것은 환영할만한 조치지만, 재건축 사업이 동시 진행될 때 이주 주민을 위한 임대 물량과 아파트 전세시장의 혼란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대안을 찾기 어렵다.

9·1대책은 전세가가 집값의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서민들이 전세살이를 털고 내집 마련을 서둘러 생활의 안정을 이루도록 돕는 방향으로 펼쳐져야 한다. 실수요자 사이에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내집 마련에 성공하면 침체된 내수 경기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다.

이번 9·1 대책이 일정한 구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주택구입을 주저하는 수요자에게 주택시장 본격회복에 대한 확신을 줘, 시장 참여를 독려하는 효과를 내기를 기대한다. 다만 주택시장에서 투기세력이 발호할 빌미를 제공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