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완화 대책이 발표되면서 매물로 나온 건설업체들이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부양할 의지를 보여주고 있고 건설사들이 매각 가격을 낮추면서 기술력을 갖춘 일부 업체들 위주로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2014년 시공평가능력 기준 상위 100개 건설사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대상 기업은 16개다. 쌍용건설, STX 건설, 동아건설산업,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한일건설, 티이씨건설, LIG건설, 남양건설 등 9개 업체가 법정관리 대상이다. 금호산업, 경남기업, 고려개발, 삼호, 진흥기업, 신동아건설, 동문건설 등 7개 업체가 워크아웃 중이다.

이 중 시공능력평가 19위로 가장 높은 쌍용건설은 건설사 인수·합병(M&A) 시장의 분위기를 이끌어갈 나침반 역할을 할 듯하다. 쌍용건설은 2007년 이후 여덟번째로 새 주인 찾기에 나선다. 쌍용건설은 지난달 25일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고 최근에는 매각주간사를 선정했다. 그 동안 인수합병의 발목을 잡았던 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를 해소하면서 매각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부채 규모도 6700억원을 줄였다.

쌍용건설은 해외 수주에 꾸준히 성공하고 있고 국내 관급공사 수주 실적도 업계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수주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울 방침이다. 쌍용건설은 지난달 말레이시아 휴양지 랑카위에서 약 820억원 규모 호텔 공사를 수주했다.

쌍용건설 매각주간사인 우리투자증권과 예일회계법인은 기업 실사를 마치고 빠르면 10월 초 매각공고를 낸다는 계획이다. 시장에서 예상하는 매각 가격은 2000억원대다. 매각가가 1조원 이상이던 3~4년 전에 비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 특히 쌍용건설은 토목·건축 분야에 특화돼 해외 업체들이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팔려야 다른 중견 건설사들도 M&A에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쌍용건술이) 기술력을 꾸준히 키워온 것이 높이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시평 63위를 기록한 동양건설산업도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동양건설은 지난달 공개경쟁 입찰 매각 공고를 내고 인수의향서(LOI)를 접수한 결과 4개 투자자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건설은 앞서 여러 번 매각에 실패하자, 주주들이 직접 인수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투자자로 참여했다. 동양건설산업의 매각 금액은 약 2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두 차례 매각에 실패한 LIG건설도 이달 재매각 공고를 준비하고 있다. 남광토건은 지난 6월 응찰업체가 없어 시장 상황을 지켜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특화된 기술이나 시공 경쟁력이 있는 일부 업체를 제외하고는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있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인기있는 매물 외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서는 투자 관심도가 높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벽산건설과 성원건설은 매각에 번번이 실패해 올 상반기 파산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매각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인식이 있어 일부 업체 중심으로 투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부동산이 워낙 오랫동안 불황기를 겪어서 신중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