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은 2일 내년도 세출예산을 올해보다 5% 초반대 수준으로 증액 편성하는 방안에 합의, 약 373조6000억원 규모의 2015년도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내년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하겠다고 이미 예고한 바 있다. 지난 2011년 이후 4년만에 예산 증가율이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내년 예산은 안전 분야에서 2조원, 일자리와 소상공인 지원 분야에서 각각 1조원 안팎의 증액이 이뤄지게 된다.

다만 야당은 정부와 여당이 세입 대책 없이 세출 규모만 늘렸다고 비판하고 있어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당초 3.5% 증액 계획으론 경기 부양에 한계"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정협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재정증가율은 대략 5%가 될 것 같다"며 "5% 정도 증액한다는 것은 합의가 됐지만 구체적으로 수치를 정확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건 예산이 100%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방문규 기획재정부 제2차관도 "당초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계획했던 3.5%의 세출예산 증액만으로는 현재의 경기를 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내년도 예산 규모는 최대한 확장적으로 편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예산 규모는 올해 355조8000억원에서 내년 373조6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앞서 기재부는 지난해 9월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예산 규모를 368조4000억원으로 잡았는데, 이에 비해 약 5조2000억원 가량 증가하는 셈이다.

이는 최근 수년간 지속됐던 정부의 긴축적 재정 운용 기조가 확정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2011년부터 빡빡해진 세입 여건을 감안해 예산 증가율을 꾸준히 축소해왔다. 전년도 본예산 대비 예산 증가율은 2010년 2.9%에서 2011년 5.5%로 높아졌다가 2012년 5.3%, 2013년 5.1%, 2014년 4.0% 로 둔화했다. 원래 내년에 3.5%로 낮춘다는 계획이었으나 5%대로 높아졌다.

◆ 안전, 일자리, 소상공인 분야 지원 확대…노인 독감예방·어린이 A형 간염예방 무료접종

내년 예산은 주로 안전, 일자리, 소상공인 분야에서 많이 증액된다.

당정은 내년도 안전 예산을 올해 12조4000억원에서 14조원으로 확대 편성한다는 데 합의했다. 일자리 예산은 13조2000억원에서 14조3000억원으로 7.6%(1조1000억원) 늘리고, 소상공인 지원과 관련해서는 올해 1조2000억원인 전용 기금 규모를 2조원으로 8000억원 증액하기로 했다.

새누리당이 지난 18대 대선과 19대 총선에서 내놓은 공약 이행을 위한 예산도 적극 반영된다. 65세 이상 노인에 대한 무료 독감 예방접종, 어린이 A형 간염 무료 예방접종 등에 각각 514억원과 126억원이 편성될 계획이다. 산전·산후 관리 서비스 적용 대상도 월평균 소득의 65% 이하까지 확대, 올해보다 29.5% 늘어난 3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다.

시간선택제 일자리 사업 예산은 326억원으로 43.6% 늘어날 전망이다. 대학 등록금 부담 경감을 위한 반값 등록금 지원 예산은 3조9000억원으로 2000억원 가량 확대하고, 대학생 대상 전세·임대 주택을 매년 3000호씩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쌀 관세화에 따른 대책으로는 농기계구입자금 등 11개 농어민정책자금 금리를 0.5%~2%포인트 인하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새누리당은 쌀고정직불금의 단가도 10만원 인상해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주 정책위의장은 "단가를 현행 9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10만원 인상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말했다.

당정은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에너지 바우처 제도 도입 ▲여성장애인 출산비 지원을 현행 1~3급에서 6급까지 확대 ▲발달장애 가족 휴식지원 사업 신설 등 서민지원 강화 사업 예산도 반영키로 했다.

◆ 야당 "세수 증대 방안 없다" 지적

총지출 증가율(예산 증가율)이 당초 계획보다 높아지면서 총수입 증가율(세입 증가율) 전망에도 이목이 쏠린다. 기재부는 내년 경제성장률(4%)이 올해(3.7%)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세입 여건이 나아질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지출이 늘어나는 속도 만큼 세입이 증가할지는 미지수다.

야당은 내년도 세출예산을 올해보다 5% 초반대 수준으로 증액 편성하는 방안에 대해 '세수 대책'이 빠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세입 대책 없이 세출 규모만 늘려놓았다"면서 "올해도 세수 부족으로 대규모 불용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계획에 따르면 내년도 무더기 불용 사태는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 "정부가 야당과의 합의 없이 내년도 예산안을 마음대로 쓸 것 안 쓸 것 취사선택해서 집행하는 것은 국회의 예산 심의권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정부가 지금까지 밝힌 세제개편안 어디에도 5% 이상 세입 증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이 없다.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 보고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기재부는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총수입 증가율은 올해(369조3000억원)보다 6.2% 늘어난 392조1000억원으로 잡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총수입 전망치는 9월 중순쯤 되어야 정확히 집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