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던 대(對)중국 수출이 흔들리고 있다. 8월 대중 수출은 3.8% 감소하며 4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대중 수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1일 밝혔다. 수출 실적이 확정된 8월 1일부터 8월 20일까지의 대중 수출 실적은 70억9700만달러로 작년보다 4.3% 감소했다.

산업부는 대중 수출 둔화폭이 줄어들고 있다며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지만, 벌써 4개월째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대중 수출은 올해 5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5월에 작년 같은 기간보다 9.4% 줄었고, 6월에 1%, 7월에 7% 감소했다. 5월 이후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올해 연간 대중 수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부터 8월 20일까지 대중 수출액은 884억98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 내려갔다.

중국이 우리 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월에 27.5%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포인트 줄었다. 수출이 줄다보니 중국과의 무역에서 벌어들이는 돈도 감소했다. 8월 대중 교역 무역수지 흑자는 26억5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억6000만달러 줄었다.

대중 수출 감소세는 철강, 석유화학 같은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산업에서 시작됐다. 중국 정부가 철강, 석유제품 같은 대규모 장치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설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다롄시 등 7곳에 대규모 석유화학단지를 조성하려는 계획을 세우는 등 자국 제조산업 육성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런 투자는 실적으로도 이어졌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2000년 2.7%에서 2013년 3.1%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하지만 같은 기간 중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은 3.9%에서 12.1%로 급상승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석유화학, IT, 자동차, 조선 같은 분야에서 아직 중국보다 수출경쟁력이 높기는 하지만, 철강이나 철강제품, 기계 같은 품목은 중국 기업에 빠르게 따라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중 수출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권평오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중국이 수입에 많이 의존하던 일부 장치산업 분야에서 생산능력을 키우고 있어 국내 기업의 수출을 대체하고 있다”며 “중국 내수시장 진출 확대 방안은 관계부처 대책 마련이 마무리되는 금주 내로 대외경제장관회의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