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3분기(7~9월)에도 '어닝 쇼크'(예상에 크게 못 미친 실적을 내는 것)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조직과 인력 개편을 포함한 대대적인 쇄신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삼성 고위 관계자는 "7월 실적이 최악인 줄 알았더니 8월은 더 안 좋았다"며 "(3분기 영업이익이) 5조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의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현대증권(5조9000억원)을 제외하곤 6조~7조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황이 더 나빠진 것으로 해석된다. 예상대로라면 작년 3분기(10조2000억원 영업이익) 이후 1년 만에 반 토막이 나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현대중공업, 포스코 등 다른 업종의 국내 대표 기업들도 실적 부진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며 조직·인력 개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조직 개편설

삼성그룹에선 실적 둔화의 근원(根源)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휴대폰 제조)에 대한 위기인식이 팽배해 있다. 한 관계자는 "반도체·가전사업부는 비교적 선방을 하고 있지만 영업이익의 70%를 내오던 무선사업부가 갑자기 난조에 빠지며 삼성전자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무선사업부의 경우 2009년 이후 단기간에 조직이 급팽창하면서 시장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나온다. 지난 2~3년간 조직이 갑작스럽게 커지다 보니 이를 통합·조정하는 컨트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무선사업부는 최근 수년간 타 사업부에 비해 승진자를 유독 많이 배출해왔다. 예컨대 2013년 임원 인사에서 그룹 전체 임원 발탁 승진의 22%, 2년 이상 발탁 승진의 29%가 무선사업부에서 이뤄졌다. 그러다 보니 전자 내 무선사업부 사장만 6명에 이를 정도로 조직이 방대해졌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조직이 너무 비대해져 시장 변화에 스피디하게 대응하던 과거의 강점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가 중국 저가폰에 대한 대응 부진이다.

삼성은 자신들의 아성(牙城)이나 다름없던 중국에서 후발주자에 형편없이 밀린 데 대해 상당히 충격을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에 따르면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 2분기에 현지 업체 샤오미(小米ㆍ좁쌀이라는 뜻)가 점유율 14%를 기록, 삼성전자(점유율 12%)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이 그동안 성과에 취해 새로운 도전자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삼성 고위 관계자는 "지난 13일 공개한 메탈 재질의 스마트폰 '갤럭시 알파'도 디자인팀에서는 오래전에 아이디어를 냈는데도 경영층에서는 한동안 관심을 안 갖다가 뒤늦게 움직인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철강·조선 기업도 비슷

국내 최대 석유화학기업 SK이노베이션도 사업·투자·인력 구조조정을 놓고 고민에 빠져 있다.

최근 이 회사는 2분기 502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뒤 사업부마다 적정 인원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유업계의 실적 부진이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라는 점. 국제 유가가 내리막길인 데다가 중국의 물량 공세로 내수·수출 모두 부진에 빠졌다. 게다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 대표회사 포스코는 핵심 계열사인 특수강 매각 추진 등 재무 개선 작업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포스코 특수강은 한때 그룹의 미래사업으로 꼽혔었다. 철강업계에서는 "얼마나 다급하면 특수강까지 매각하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현대중공업·한화도 비용 절감 외에도 사업 구조조정 ·조직 개편 등 중장기적 대책을 동시에 마련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국 제조업이 이미 오래전부터 위기에 빠졌는데, 스마트폰 호황으로 인한 '착시 효과'로 미처 체감하지 못했다"는 반성도 나오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국회가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도 '위기 둔감증'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연말마다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던 '대규모 승진 잔치'는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