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활성화 기대로 소비 관련주가 조금씩 오르는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업종에 속한 대형주들이 대부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스타들을 보유한 이들 대형주들은 하반기에 줄줄이 공연이 예정돼 있어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진 데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신사업도 추진하고 있어 주가가 연일 오름세다.

반면 스타 한, 두 명에 의존하는 소형주들에게는 최근의 엔터주 강세가 남의 얘기다. 특히 올들어 소속 한류 연예인들이 중국에서 인기몰이를 하면서 한 동안 크게 올랐던 일부 종목들은 최근 실적 개선 기대감이 사그라들면서 약세를 보였다.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력 연예인이 사건·사고로 구설수에 올라 주가가 꺾인 종목도 있다.

◆ SM·YG·JYP, 다수 스타와 브랜드파워 바탕 ‘3色 성장’ 부각

전체 엔터주 가운데 시가총액 규모가 가장 큰 에스엠(041510)은 최근 보름간 주가가 20% 넘게 뛰었다. 지난 12일부터 총 14거래일 동안 하루를 제외하고 계속 주가가 상승세를 보였다. 29일 2분기 실적 발표 결과 131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주가는 오히려 5.9% 상승했다.

에스엠은 소속 가수들이 하반기부터 줄이어 활동을 재개하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최근 여성팬들에게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룹 엑소가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슈퍼주니어와 샤이니 등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공연을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엠은 국내 엔터주 가운데 가장 다양한 스타 라인업을 갖춘 회사로 최근 이를 기반으로 한 영역 확대에 나서고 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 전용 공연관을 12월부터 여는데 이어 중국의 IT기업인 바이두와도 손잡고 본격적인 중화권 공략에 시동을 걸고 있다.

또다른 대형주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도 브랜드파워를 기반으로 한 신사업 전략이 관심을 끌면서 8월 한 달간 주가가 3만5800원에서 4만8700원으로 치솟았다. 지난 20일 와이지는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을 판매하는 LVMH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LVMH는 이미 미국의 래퍼인 칸예 웨스트 등과 공동 브랜드를 출시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와이지가 앞으로 아시아권에서 스타 마케팅을 활용한 명품 사업을 통해 이익 규모가 더욱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두 회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속 가수들의 공연 활동이 뜸했던 JYP엔터테인먼트도 최근 중국 사업을 통해 실적 개선을 이루면서 주가가 상승 중이다. 중국 최대 공연제작사인 동방연예그룹 등 현지 업체들과 손잡고 영화, 드라마 등의 콘텐츠 제작에 나서는 한편 소속 가수들의 중국 활동도 늘고 있다. JYP 소속인 그룹 2PM의 멤버 닉쿤은 중국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되기도 했다.

◆ 김수현으로 급등했던 키이스트, 김현중으로 급락

대형 3사가 가진 여러 명의 스타 또는 그룹들은 다양한 면에서 강점이 된다. 본업인 노래 외에도 연기나 예능 등의 분야로도 보폭을 넓히는 스타가 많아 공연 뿐만 아니라 드라마, 영화, 기타 TV 프로그램 등에서 다양한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또 일부 연예인들의 스타 파워나 흥행이 기대에 못 미쳐도 다른 연예이들이 언제든 이를 만회할 수 있어 위기에 대한 대응력도 강한 편이다.

반면 일부 스타에만 의존하는 소형사들의 경우 주력 연예인들의 인기가 거품이 빠지거나 구설수에 올랐을 때 주가가 크게 꺾이는 경우가 많다.

키이스트(054780)의 경우 소속 연기자인 김수현이 올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로 중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면서 3월부터 석 달간 주가가 두 배 넘게 치솟았다. 김수현의 인기는 여전하지만, 주가는 그의 인기에 따른 막연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줄면서 6월 이후 내림세가 계속됐다. 키이스트는 특히 또다른 소속 연기자인 김현중이 지난 22일 여자친구를 상습 폭행해 고소를 당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주가가 하루만에 7.6% 떨어지기도 했다.

웰메이드도 소속 연기자 이종석이 드라마 ‘닥터 이방인’이 중국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소식이 나오며 한 달여간 주가가 1500원에서 4500원으로 뛰었지만, 지금은 2740원으로 내려온 상태다.

증시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 소비 관련주와 금융주, 내수주 등에 이어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엔테테인먼트 업종으로도 들어올 가능성이 높지만, 주로 대형주에만 투자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다양한 스타 동원능력과 막대한 자금력을 갖춰 성장 기반이 튼튼하고, 창조경제와 중국 소비 확대 등에 따른 수혜로 현재 추진 중인 신사업들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6월 에스엠에서는 소속가수간 열애가, 와이지는 가수의 마약 스캔들이 각각 터졌지만, 주가나 실적에 모두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며 “만약 소형사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주가가 요동을 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엔터주의 성장 가능성이 높지만 여전히 위험하다는 인식이 많다”며 “대형주 위주의 엔터주 강세가 한 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