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차량 공유업체 ‘우버’가 서울에서도 뜨거운 논란을 빚고 있다. 우버는 지난달 한국 서비스 시작 1주년을 맞았지만 서울시와 지속적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달 22일 우버를 불법 택시로 규정하고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버가 ▲허가받지 않은 영업을 하며 ▲사고가 났을 때 보험 처리가 어렵고 ▲신용카드 정보가 유출될 뿐 아니라 ▲기존 택시의 영업권을 침해한다는 점에서다. 서울시는 더 나아가 국토교통부에 ‘유상운송행위 알선금지 법안’을 건의하고, 모바일 앱 서비스 자체를 차단하려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반면 우버는 서울시 조치에 동의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8월 27일 우버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기 위한 포럼이 서울 종로구 대왕빌딩에서 열렸다. 사단법인 오픈넷이 주최한 이날 포럼에는 강경훈 우버코리아 대표, 조산구 코자자 대표,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이 참석해 열띤 논쟁을 벌였다. 이나리 디캠프센터장이 좌장을 맡아 토론을 진행했다. 두 시간 반에 걸쳐 진행된 포럼을 세가지 쟁점으로 정리했다.

(왼쪽부터) 이나리 디캠프센터장, 조산구 코자자 대표, 강경훈 우버코리아 대표, 강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이 27일 '우버로 보는 공유경제와 규제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을 벌이고 있다.

①우버는 정말 ‘공유경제’ 기업인가

조산구 코자자 대표는 우버가 공유경제의 대표주자라고 말했다. 코자자는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다. 조 대표는 “공유경제란 기존 경제행위에서 항상 객체에 머물러 있던 소비자가 주체로 떠오른 것”이라며 “우버가 18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버의 공유경제는 마케팅일뿐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강정수 연구원은 “우버는 사적으로 운영되는 차량을 효율적으로 분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 공유경제 기업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 연구원은 “다만 우버 서비스는 기존의 시장질서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효율적으로 개선해주는 혁신성을 갖고 있다”며 우버 서비스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흥미로운 것은 우버 측의 태도다. 강경훈 우버코리아 대표는 우버가 공유경제 기업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대표는 “우버는 스스로 공유 경제 기업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면서 “기존에 연결되지 못한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경제를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데만 관심 있다”고 말했다.

②우버, 과연 안전한가

우버의 안전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현행법상 개인택시를 운영하기 위해선 운전면허 이외에도 따로 필기시험을 치르고 특정 범죄를 저지른 기록이 없어야 하는 등 엄격한 자격조건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우버는 운전면허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기사로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기존 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이에 대해 강경훈 대표는 운전기사를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기존 택시보다 안전하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매번 고객들에게 만족도를 조사하고 있다”며 “기준 이하의 평가를 받은 운전기사는 우버에 재등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지난 1년간 이용자들이 평가한 기사 평점을 보면 82.2%가 5점 만점에 5점”이라며 “다수의 이용자들의 경험을 통해 안전성은 이미 검증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조산구 코자자 대표도 “안전하지 않은데 많은 이용자들이 호응할 리 없다”며 “과거처럼 규제가 아니라 신뢰에 의해 시스템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몇 년 간의 운영 기간을 통해 증명됐다”고 말했다.

강정수 연구원은 그러나 이용 평점이 안전성과 신뢰를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이용 평점을 매기는 것에 순기능이 있지만, 한 개인이 여러 계정으로 평점을 조작하는 일이 한국에서 흔하게 일어난다는 점에서 이를 걸러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우버 차량으로 사고가 났을 때 보험을 적용받을 수 없다는 점도 들어 안전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으나, 이번 포럼에서는 이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

③우버, 기존 택시 산업 붕괴시킬까

지난 6월 영국 런던의 택시기사들이 우버에 반발해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다.

우버는 기존 택시산업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우버는 중간 매개체 없이 운전자와 이용자를 연결시켜준다는 점에서 기존 사업을 위협한다는 지적을 끊임 없이 받아 왔다. 지난 6월 런던·파리·밀라노 등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는 택시기사들이 우버 때문에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시속 10km 이하로 택시를 운행하고 경적을 울리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강경훈 우버코리아 대표는 택시 기사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오히려 기존 택시산업에 이득이 된다고 주장했다. 강 대표는 "택시업계에는 서비스 정신이 좋고 운전 잘하는 기사도 있고, 그 반대도 있다"며 "우버는 뛰어난 기사가 편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산구 코자자 대표는 “우버는 택시업계가 기존에 제공하지 못했던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에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다”며 “소비자 선택에 따라 산업구조가 변하는 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말했다.

기존 택시사업의 붕괴 여부를 넘어 우버가 우리 사회에 미칠 영향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정수 연구원은 “우버처럼 중간 단계를 줄이는 기술이 발전되고 디지털 사회가 진전되면, 다양한 산업 부문에서 실업자가 양산될 수 있다”며 “디지털 기술이 사회에 미치는 문제는 IT 문제가 아니라 전 사회적 이슈이기 때문에 디지털 충격에 대해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